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FAST 법칙’ 기억하라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FAST 법칙’ 기억하라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9 09:00
  • 최종수정 2019.10.3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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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분만 지나도 손상되는 뇌, 뇌졸중 ‘FAST 법칙’ 미리 익혀 골든 타임 지켜야…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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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뇌졸중은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이자, 단일 질환 중 사망률 1위 질환이다. 매년 약 60만 명이 뇌졸중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이 중 10%는 목숨을 잃는다. 뇌는 단 1분만 지나도 손상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행히 생존한다 해도 40~60% 정도는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걷지 못하는 등의 후유증이 생긴다. 뇌졸중은 노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20%가 40대 이하일 만큼 젊은 환자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뇌졸중학회는 뇌졸중이 예방이 가능하고 치료도 가능한 ‘이길 수 있는 병’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뇌졸중 치료를 얼마나 빨리 받는지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뇌졸중을 눈치채고 병원에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도록 ‘FAST 법칙’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뇌졸중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또한 FAST 법칙은 어떤 것이며 뇌졸중의 징후와 증상을 빨리 인식하고 치료받을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뇌졸중은 무슨 병인가?]

먼저 뇌졸중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로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뇌졸중의 87%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은 ‘허혈성 뇌졸중’이다. 이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지방 침전물에 의해 막혀 있는 것을 말한다. 동맥이 굳어지고 동맥 내부에 이물질이 쌓이는 질환이라 하여 아테롬성 동맥 경화증(atherosclerosis)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허혈성 뇌졸중으로 진단되면 약물 투여로 혈전을 빠르게 분해하고 뇌로 가는 혈류를 회복시킨다. 또한, 외과적인 방법으로 막힌 혈관에 기구를 사용하여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의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뇌졸중 환자의 약 13%에 해당하는 출혈성 뇌졸중은 혈관이 약해져서 파열될 때 뇌에 출혈이 생기며 발생하는 뇌졸중이다. 대부분은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생기는데, 혈액이 몰려 주변의 뇌 조직을 눌러 손상시키고 뇌세포를 죽게 한다.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출혈이 일어난 혈관을 차단하고 뇌의 압력을 완화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흔히 전문가들은 ‘시간이 곧 뇌’라고 말한다.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모두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더 많은 뇌세포가 죽고, 더 많이 뇌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른 대처만이 뇌졸중을 극복할 방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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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의 경고 신호, ‘미니 뇌졸중’도 있다]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유형의 뇌졸중은 바로 일과성 뇌 허헐 발작이다. 간단히 ‘미니 뇌졸중’이라고도 불린다. 미니 뇌졸중은 뇌혈관이 매우 좁아지거나 막혀서 뇌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다가 24시간 이내에 피가 다시 흐르면서 완전히 회복되는 뇌졸중을 말한다. 이는 영구적인 뇌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눈에 띄거나 오래 지속되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저절로 치료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미니 뇌졸중은 곧 진짜 ‘뇌졸중’이 온다는 경고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환자의 약 40% 정도는 이전에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미니 뇌졸중이 발생한 후 이틀 이내에 5%, 1주일 이내에 11%의 환자에서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다. 특히 여러 번 경험할수록 발생 위험도 증가하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뇌졸중 증상이 잠시라도 있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영구적으로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방지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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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FAST’로 체크하고 골든 타임 지켜야]

뇌졸중은 발생하기 전 ‘갑자기’ 경고신호가 나타나지만, 평소 겪는 증상과 비슷하거나 증상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뇌졸중 전조 증상을 미리 인식한 환자는 절반이 약간 넘는 수치인 52.7%에 그쳤다.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FAST 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미국 뇌졸중학회가 홍보하고 있는 FAST 법칙은 영어로 빠르다는 의미의 단어인 FAST에 뇌졸중 증상을 대입해 환자들이 기억하기 쉽게 만든 것이다. 아래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곧장 병원으로 향해야 한다.

 

※ 뇌졸중 체크를 위한 ‘FAST 법칙’

F- Face drooping (안면 마비):

거울 앞에 서서 활짝 웃어보자. 미소지은 얼굴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축 늘어지고, 얼굴이 무감각한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A- Arm Weakness (팔 마비):

팔, 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지는지 확인한다. 한쪽 팔이 유독 힘이 없거나 무감각하고, 양팔을 들어 올렸을 때 한쪽 팔이 아래로 떨어지는지 체크한다.

S- Speech difficulty (언어 장애):

말투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대화 중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 확인한다. 간단한 문장을 반복할 때 발음이 이상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T- Time to call 119 (당장 119에 전화하라):

위와 같은 증상이 생겼다면 발생 즉시 119에 전화해야 한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즉시 병원으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증상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증상이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여성들은 어지럼증, 피로감,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아래의 ‘갑작스러운’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도 신속하게 119를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 갑작스러운 메스꺼움과 구토.

- 갑작스러운 균형감각의 상실, 걷기가 어려워지고 현기증 증상

- 갑작스러운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의 시야 문제, 물체가 겹쳐 보이는 현상의 발생

- 갑작스러운 얼굴, 팔, 다리의 마비나 힘 빠짐 증상 (특히 몸의 한쪽 편에 생김)

- 갑작스러운 대화의 혼동

- 갑작스러운 원인 불명의 심한 두통과 구역질, 구토 증상

 

뇌졸중 치료의 골든 타임은 4.5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골든 타임을 지켰을 경우에는 3개월 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6∼12시간 안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나 더 높아진다. 즉, 더 빨리 치료받을수록 일상생활에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이기 때문에 혈압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담배를 끊고,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몸에 좋은 음식 위주로 식사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높은 환자의 경우, 혈압을 120/80mmHg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