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함께 자라난 사랑니, 뽑을까 말까?
첫사랑과 함께 자라난 사랑니, 뽑을까 말까?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30 09:00
  • 최종수정 2019.10.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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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17살 고등학생 박 모양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입안 깊숙이 자라난 사랑니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사랑니에 대한 의견은 다 제각각이다. 굳이 미리 뽑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부터 아프기 전 미리 뽑아야 덜 아프다는 의견까지… 절친한 한 친구는 사랑니를 뽑고 너무 아팠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으니 박 양은 덜컥 겁이 난다. 사랑니, 아직 아프지도 않은데 언젠가는 정말 뽑아야 하는 걸까?  

 

[사랑니, 너는 대체 누구니?]

사랑니는 영구치 중 가장 입 안쪽에 있는 치아로, 가장 늦게 나오는 치아이기도 하다. 보통 사춘기 이후 17~25세 무렵에 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때이기도 하고, 새로 이가 자랄 때 첫사랑을 겪듯이 아프다고 해서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었다. 영어권에서는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시기에 자란다고 ‘Wisdom Tooth’라 부르는 것을 생각해보면 사랑니라는 이름은 꽤 낭만적이다.

사랑니는 좌, 우 위아래를 합쳐 총 4개가 존재한다. 대부분 잇몸 속에 가려져 있어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선천적으로 사랑니가 없는 경우도 있다. 사랑니의 원래 기능은 다른 어금니처럼 음식을 씹어 소화하기 좋게 돕는 것이지만, 현대에는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기형적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흔히 치아 전부가 매몰된 채로 있는 매복 사랑니, 비스듬하게 또는 수평 방향으로 나는 수평 사랑니, 불완전하게 나는 반 매복 사랑니 등이 있다.

 

[꼭 뽑아야 하는 걸까?]

보통 치아가 자랄 때 뿌리가 먼저 자라고 머리 부분이 자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치아는 머리부터 자란 후 뿌리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잇몸을 뚫고 나온다. 사랑니 역시 머리부터 자란 뒤 뿌리가 자라기 때문에 머리만 형성된 시기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7세~25세 무렵에 사랑니의 뿌리가 자라 신경에 닿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증을 느끼기 전인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에 사랑니를 미리 뽑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뿌리가 신경에 닿아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치아를 뽑을 때 더욱 신중해야 하므로 미리 뽑는 것이 예방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랑니 중 특히 아래쪽 사랑니는 누워서 자라거나 일부분만 노출된 상태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가 정상적으로 자라서 청결하게 관리가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치열의 맨 안쪽 끝에서 공간이 부족한 상태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렵고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발치가 권장되기도 한다.

딱히 염증이나 통증 같은 문제가 없다면 진단에 따라 사랑니를 그냥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니를 발치하지 않고 그냥 둘 때 제대로 양치가 되지 않아 생기는 충치가 근처 어금니로 번지거나, 치아가 자라면서 다른 치아를 압박해 치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역시 이를 뽑는 것이 좋다.

 

[사랑니 뽑을 때 그렇게 아프다던데?]

일반적으로 발치 과정은 파노라마 방사선 촬영을 통해 사랑니의 상태를 파악하고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진행된다.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자란 경우에는 발치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누워서 자랐거나 잇몸 속에 매복된 경우에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보통 잇몸을 절개한 후 사랑니 주변 뼈를 조금 갈아내고 치아를 조각내서 뽑아낸다. 특히 사랑니가 턱뼈 속 신경에 닿아 있거나 통과하는 경우에는 발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이 경우에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같이 큰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랑니 발치에 걸리는 시간은 빠른 경우 5~20분 정도면 끝나지만, 어려운 경우는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발치 후의 통증은 사랑니의 위치와 뽑힌 형태, 사랑니의 크기, 신경과의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다르다. 치료 중 딱딱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경우 이를 뽑은 지 3~5일 후 발치 부위에서 악취와 함께 격렬한 통증이 생기는 ‘드라이 소켓’ 현상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부드럽고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이 좋고, 빨대를 사용할 때는 구강 내 압력 때문에 출혈이 멈추지 않을 수 있어서 발치 후 며칠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상호 교수는 “사랑니가 났을 때 꼭 뽑을 필요는 없지만,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발치하는 것을 권유하며,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예방적 차원으로 미리 뽑는다면 중3 ~ 고1 겨울방학쯤 뽑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치 과정은 사랑니의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필요한 경우 3D CT를 촬영해서 사랑니 부근의 신경과 인접 중요 구조물의 근접성 정도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안전한 발치를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