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맥주 공장이? 음주 단속 걸린 황당 사연은
몸 속에 맥주 공장이? 음주 단속 걸린 황당 사연은
  • 이소정 기자
  • 승인 2019.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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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저 진짜 술 한잔도 안 마셨다고요!’ 음주 단속이 실시되는 연말이 되면 운전자와 경찰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말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음주 단속에 적발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운전자의 희귀 질환 때문이었는데, 몸 속에서 저절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간 이 황당한 병은 무엇이었을까?

 

[사건은 어떻게 벌어졌나?]

지난 26일 CNN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사건은 201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음주 단속에서 시작되었다. 42세인 한 남성이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되었는데, 단속에 걸린 남성은 본인이 음주를 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부인한 것이다. 물론 경찰은 그를 믿지 않았고 음주 측정을 거부한 남성은 결국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혈액 분석 결과 남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법적 최고 기준치의 2.5배에 이르는 0.2%로 측정됐다. 이는 한 시간에 술 10잔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수치다. 이 때문에 그 당시 경찰은 물론 의사조차 남성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 원인은 ‘자동 양조 증후군’]

남성의 억울함은 3년 뒤에나 밝혀졌다. 뉴욕 리치먼드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린 이 남성은 본인의 주장대로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자체적으로 알코올이 생산되는 희소 질환 환자였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질환은 바로 소화기관 발효 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자동 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 이었다.

자동 양조 증후군은 몸 안에 들어온 탄수화물이 알코올로 바뀌는 질환인데, 보통 위와 소장의 앞부분에서 일어난다. 남성의 소화기관에서는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yeast)가 발견되었는데, 이 때문에 몸이 마치 맥주 공장처럼 알코올을 자체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과거에는 미신으로 여겨질 정도로 희소한 질환으로,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20~30건 사례가 보고된 병이다. 미국에서는 이후 10년 정도 뒤에 첫 사례가 보고됐는데, 지난 2013년에는 항상 만취 상태로 있던 61세 남성이 자동 양조 증후군을 진단받았으며, 2015년에는 미국 뉴욕주에서 한 여성이 음주운전 단속 후 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앨라배마 대학 수석 전공의 파하드 말릭은 “자동 양조 증후군 환자들은 냄새, 호흡, 나른함, 걸음걸이 변화 등에서 술을 마셨을 때와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고 말하며, “술에 취한 사람같이 보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항균제로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최근 영국 의학저널인 BMJ 오픈 소화기병학(BMJ Open 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복용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이 남성은 항생제를 먹은 이후에 이와 같은 현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손가락에 난 상처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그때부터 우울증과 기억상실, 나른함 등을 겪으며 때때로 공격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항생제 복용이 남성의 소화기관 내 미생물 군집을 바꾸고 효모가 번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남성의 소화기관에서는 주로 맥주 양조나 빵을 발효할 때 쓰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라는 효모균이 발견됐다. 자동 양조 증후군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생명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남성은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올라 뇌에 출혈이 일어나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 연구진은 이러한 증상의 개선을 위해 남성에게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단을 지킬 것을 권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항균 요법과 유산균 등의 활생균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남성은 피자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고 몸이 정상상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