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상자 제도, 이걸로 충분할까?
의사상자 제도, 이걸로 충분할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1.06 14:00
  • 최종수정 2019.11.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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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지난 1일 의사상자가 추가로 인정되었다. 당연히 좋은 일이고, 이를 통해 스스로가 행한 의로운 행위에 대한 보답을 아주 조금이나마 돌려받은 사람이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이것이 이런 의인들에게 있어 충분한 대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의인의 순수하고 정의로운 행위, 또는 그 의인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에는 그 어떤 대가도 충분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보답이 주어지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제도면 충분할까?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 그 속살을 알아보자.

의사상자(義死傷者)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개정 2008년 2월 28일)

①"구조행위"란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② "의사자(義死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의상자가 그 부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③ "의상자(義傷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체상의 부상을 입어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상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④ "의사상자"란 의사자 및 의상자를 말한다.

[의사상자 신청과 결정]

의사자 선정을 위해서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 신청자(본인 또는 그 가족)이 선정 신청을 하거나,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선정신청을 해야 하고, 위원회는 선정 여부를 60일 내에 심의하여 결정한다.

신청을 받은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이를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5일 이내에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 그 사항을 회부하여 심사를 진행한다. 이 결과 의사상자로 결정될 경우, 의상자 및 의사자의 유족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전경, 사진제공: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전경, 사진제공: 국립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대우]

의사자로 선정된 경우, 본인에게는 의사자 증서가 지급되고, 훈장 등의 영전이 추서될 수 있다. 의사자의 유족에게는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 예우가 주어진다. 국립묘지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2007년부터 의사자는 국립현충원에 안장ㆍ이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국립대전현충원에만 안장이 가능한데, 의사자 묘역(국가사회공헌자 묘역)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의사상자와 그 가족 및 유족에 대하여 필요한 보상(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장제보호, 취업보호) 등 국가적 예우를 하고 있다.

사망 당시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본연금월액의 240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다. 해당 보상금은 그 유족에게 지급된다.

의상자의 경우 보상금은 본인에게 지급되며, 의상자는 의사자 유족 보상금액의 최고 100%(보상등급 1급)~40%(보상등급 6급)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다.

사실 여기까지는 달리 특별할 것이 없다. 액수가 부족하냐, 또는 대우가 어떻냐 하는 것은 국가적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어떻다고 판단하기가 애매한 부분이다. 여기까지 보면 훌륭한 점이 많은 좋은 제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점이 없을 수 없다.

 

[의사상자, 그 숨겨진 문제점]

신청방식의 문제점

신청은 일반인이 아니라 본인 또는 유족만이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사회의 특성을 감안해보면, 결국에는 의상자 스스로나 의사상자의 가족이 고통을 감수하고서 스스로의, 또는 사망자의 의로운 행위를 ‘손수 알려야’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좋은 일 했으니 대접해줘라’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니, 도의적인 관점이든, 정서상의 관점이든 썩 훌륭한 방식이라고 하기엔 힘들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청범위의 문제점

법률적인 해석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의사상자란 직업적 책임 외의 행위로 타인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다가 상해를 사람을 말한다. 이것이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각도를 바꿔 말하자면, ‘직업적 책임이 원래 그런’ 경찰이나 소방관 등이 사람을 구하다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도 법률적인 측면에서 이들은 의사상자가 아니다. 그나마 공무원이라면 이들을 순직이라는 카테고리로 따로 분류되어 국가유공자 등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다. 진짜 문제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직무 행위로서 구조 등의 활동을 펼치다 이러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다.

실제로 최근까지 시끄러웠던 것이, 세월호 사건 당시에 구조활동을 펼치다 희생되었던 박지영 승무원의 ‘의사자 인정 논란’이다. 박지영 승무원의 숭고한 희생은 물론 예우받아 마땅하지만, 선박 승무원의 승객 구조의무는 직무상 의무라는 법리적 해석도 있었기 때문이다(다행히 결국 이분 역시도 의사자로 인정받기는 했다).

해당 논란과 같은 애매한 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이와 맞물려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심사위원회가 의사자 인정에 상당히 인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원금액 상한선의 문제점

마지막 문제점은 지원금액의 상한선이다. 의사상자 선정시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은 상한은 대략 2억 정도로 정해져 있고 그 사망으로 인한 보상금은 중복지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세금의 과도한 지출을 막는다는 논리로 제정된 것이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 2억이라는 보상금 상한선에는 국민 세금이 아닌 성금, 심지어 본인의 사망 보험금 등도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상자에 준하는 예우 및 보상을 받은 때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자의 사망으로 보험금, 배상금, 국민 성금 등을 받게 되면, 그 받은 금액은 이 보상한도에서 모두 차감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천안함 피격사건에서의 금양호 선원들은 의사자 인정을 받았음에도 국민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힘들게 의사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유족에게 별 보상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건강과 안전은 모두 사회적 신뢰에 기반하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것에는 허투로 할 수 없다는 책임감, 그리고 내가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이것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사회는 비로소 형성이 된다. 또한 그 기반 위에서,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보답이 있어야 사회 전체가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의로운 행동을 한 사람이 제대로 대우받고 보답받는 그런 대한민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