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무조건 좋다? 뇌 건강도 따져보셔야죠
채식이 무조건 좋다? 뇌 건강도 따져보셔야죠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08 09:00
  • 최종수정 2019.11.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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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한국의 채식 인구는 150~2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0년 전인 2009년보다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사람들이 채식하는 이유는 건강에서부터 동물 보호, 환경 보호, 종교적 이유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채식주의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닌 사회적 운동으로 퍼지는 이유도 이와 같은 다양한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채식주의의 ‘건강’ 분야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려 한다.

채식주의는 분명한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작정 채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 믿는 것은 다소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채식주의에도 장단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채식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과연 나에게 어떤 종류의 채식이 알맞을지, 또한 채식주의의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고기 먹는 채식주의도 있다]

먼저 채식주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채식주의란 인간이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성 음식만을 먹는 것을 뜻한다. 동물성 음식은 동물의 살로 만든 음식과 동물에서 나온 유제품(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 동물의 알, 동물 성분을 물에 넣고 끓인 국물과 어류까지 포함한다. 이렇게 유제품과 동물의 알, 벌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고, 심지어 음식을 벗어나 동물의 가죽과 성분으로 만든 옷과 화장품 같은 모든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비건(vegan)이라고 한다. 간혹 채식주의자(베지테리안)를 비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비건은 채식주의 중 가장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한 종류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채식이 다 비건인 것은 아니다. 많은 채식주의는 일부 동물성 식품 섭취를 허용한다. 무조건 생채소만 섭취하는 ‘생 채식주의’나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열매와 씨앗만 먹는 ‘과일식 주의’ 등 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가 있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아래와 같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경우.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우유, 달걀,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

자료제공: 한국채식연합

최근에는 대체로 채식을 하되, 간헐적으로 육류를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위 '반(半) 채식주의자'라고도 불린다. 플렉시테리언을 채식주의에 포함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견은 나뉘고 있지만, 채식의 건강상 이점을 취하면서도, 엄격한 채식주의보다 따르기 쉽다는 장점으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채식주의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채식주의는 뇌 건강에 좋지 않다]

채식주의를 시작하면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육류로 섭취할 수밖에 없는 영양소를 채식으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단백질, 철분, 비타민 B12, 아연 등이 결핍되기 쉽다. 특히, 육류, 어패류는 물론 달걀이나 유제품 모두 섭취하지 않는 비건의 경우, 오메가3, 칼슘, 비타민D 등도 결핍될 수 있어 영양제 섭취 등 영양소 관리가 필요하다. 여성은 빈혈, 어지럼증, 체력 저하 등이 생기기도 쉽다.

최근에는 채식주의 식단이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육류나 생선, 달걀, 유제품에 주로 함유된 '콜린’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콜린은 뇌 건강과 다른 기능들에 중요한 영양소다. 채식주의 식단을 할 경우 콜린 수치는 낮게 나타난다. 특히 가임기의 여성 채식주의자들은 보충제 섭취를 고려해야 하는데, 낮은 콜린 수치가 태아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태아의 지능지수(IQ)를 낮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ion of Medicine)는 콜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하루에 여성은 425mg, 남성은 550mg의 콜린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채식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보건학과 연구팀이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평균 연령 45세의 남녀 4만 8,188명을 18년간 추적 조사해 채식과 뇌졸중 가능성을 측정한 결과,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채식주의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약 20% 높았으며,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뇌졸중 위험은 채식주의를 하지 않는 사람과 같았다. 옥스퍼드 대학 보건학과 타미 통(Tammy Tong) 박사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 질환 위험에 차이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와 일부 영양소 부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비타민 B12와 같은 영양소 부족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은 경우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번 보고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페스코 베지테리언의 뇌졸중 위험이 채식주의를 하지 않는 사람과 같게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생선에는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B12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식물성 정크푸드를 피해야 한다]

감자튀김도 채식이다. 채소인 감자를 식물성 기름에 튀겼으니 말이다. 흔히 채식주의 식단이라 하면 샐러드 같은 생채소를 자동으로 떠올리며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사실 몸에 좋지 않은 많은 음식이 채식에 포함되므로 식물성 정크푸드를 피해야만 한다.

붉은 육류 대신 식물성 식품으로 구성된 채식을 하는 것은 심장 건강과 당뇨병을 피하는 데 이점이 있다. 하지만 채식의 질이 핵심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원들이 20년 이상 약 20만 명의 남녀를 추적한 결과, 식물성 식품을 먹더라도 통곡물과 같이 건강에 좋은 식물성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심장병 발병 확률이 25% 낮았고, 감자튀김과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식물성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32% 더 높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채식주의의 당뇨병 예방 효과도 식물성 음식의 질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주의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배가량 낮다. 그러나 건강한 식물성 식품 위주로 구성된 식단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을 34% 감소시킨 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식물성 음식을 섭취한 식단은 오히려 당뇨병의 위험을 16%나 증가시켰다.

따라서 건강에 좋은 식물성 식품인 통곡물, 야채, 견과류, 식물성 오일, 차와 커피, 과일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건강에 좋지 않은 식물성 식품인 과일 주스, 정제된 곡물, 감자, 설탕이 많이 들어간 디저트 류는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이자 연예계 대표 채식주의자인 이하늬는 여전히 채식주의를 지지하지만, 채식을 중단하겠다 밝혔다. 이는 건강상의 문제와 채식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내린 현명한 선택이었다. 많은 사람이 비건도 아니었던 그녀가 채식 때문에 건강 이슈가 있었다는 점에 놀랐는데, 아마 채식주의가 막연히 몸에 좋다고만 생각했지 건강상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채식주의는 엄연한 개인의 선택이며 어떠한 선택이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다만 단순히 미디어와 유행에 휩쓸려 내 건강을 테스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의 건강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먼저 파악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