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과 식품의 경계, 의료용 식품이 가야할 길은?
약품과 식품의 경계, 의료용 식품이 가야할 길은?
  • 권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11.18 14:00
  • 최종수정 2019.11.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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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식품, 미국과 유럽처럼 약품과 식품의 중간단계로 독립 관리할 제도 필요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서정민 교수. 사진 제공: 헬스컨슈머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서정민 교수. 사진 제공: 헬스컨슈머

[헬스컨슈머]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 그만큼 건강을 위한 음식 섭취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소리다. 하지만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어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라면 어떨까? 이런 환자들의 영양보충을 위한 것이 바로 의료용 식품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수요가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용 식품은 제약산업과 식품산업의 경계에 있어 체계적 관리와 제도 도입 및 정비가 시급하다. 그런데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의 제도를 두고도 여러 문제가 예상되는 일본의 제도를 따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면 어떨까?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서정민 교수는 15일 개최된 2019 (사)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혁신형 경계제품의 법제도 수립과 개선> 심포지엄에서 ‘국내 의료용 식품의 현형 및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우리나라 의료용 식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였다.

 

[우리나라 의료용 식품의 현실은?]

의료용 식품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2015년 세계 의료용도식품 시장은 약 41.3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 바 있으며, 2020년도에는 59.5억 달러로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정민 교수는 위장 등을 통해 영양액을 공급해주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환자를 직접적으로 치료하진 않지만, 환자의 영양 상태를 회복 또는 유지하도록 해 의학적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회복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의료용 식품은 환자 치료과정에 필요한 필수 요소로,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는 의사의 감독 아래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용 식품 시장도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성장 추세를 보인다. 이미 정식품, 대상,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의 기업들도 의료용 식품 시장에 합류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용 식품 시장 규모는 2010년 300억 원대에서 2015년 500억 원대로 연평균 10.8% 성장률을 보였다. 환자용 식품을 사용하는 환자도 2010년 5만7,000여명에서 2014년 8만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용 식품 체계는 아직 문제가 많다. 지난 2014년, 환자의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환자의 위, 장관에 직접 영양분을 공급하는 형태의 영양지원인 ‘경장영양’이 급여권으로 들어오면서 ‘집중영양치료료’라는 수가가 신설되었지만, 여전히 경장영양에 필요한 환자용 유동식이나 급여 튜브 등의 관리 체계가 부실하다. 경장영양식 투여에 쓰는 용기나 튜브에 대한 관리체계도 없기 때문에 일부 유동식 공급용 피딩백과 튜브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판매 금지되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 제공: (사)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왜 굳이 일본 따라가나?... 국내 제도 개선 시급]

서정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먹는 식품과 약품의 중간단계 제품인 ‘의료용 식품’을 의사가 처방하고 영양사가 관리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정민 교수는 “환자용 식품에 보험을 적용해서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현재 경장영양식이 식품으로 분류돼 있어 보험 적용이 어렵다”며, “우리도 선진국처럼 의료용 식품에 대한 별도의 법인 ‘메디컬 푸드법’을 제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경장영양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업체들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해외 수출도 가능하며 추후 우리가 해외 제품들을 수입하는데도 수월해진다는 것.  

특히 서정민 교수는 우리나라가 현재 일본처럼 식품과 약품을 따로 나누어 관리할 경우, 약품인 의료용 식품과 식품인 의료용 식품의 질 차이와 보험 적용 등 간극이 벌어지게 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의료용 식품을 식품과 의약품의 중간단계로 관리하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보험적용을 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특수의료용도식품을 의료용 식품(Medical food)으로,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특수의료용 식이요법 식품(Dietary foods for special medical purposes)으로 분류하며 법으로 엄격하게 제조공정을 관리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사용하게끔 한다.

반면 일본은 환자용 식품이지만 의약품일 경우 입원/외래환자에게 의사의 처방으로 약제과를 통해 영양과를 거쳐 유통되지만, 식품이라면 의사의 처방과 지시 없이, 영양과에서 곧바로 환자에게 가거나 소매업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행한다.

서정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처럼 의료용 식품이 약품과 식품의 중간단계 관리체계 하에 독립된 영역이 되어야 하며, GMP와 HACCP 등의 철저한 관리 하에 식품으로 생산되어야 하고,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으로 유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서정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당뇨병 환자용 식품, 신장 질환자용 식품 등 많은 종류로 규정을 하고 있지만, 이를 1) 균형 영양식 2) 질병/증상별 균형영양식 3)질병/증상별 불균형 영양식으로 단순화해서 의료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의료용 식품의 제조에 관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식품법의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1. 의료용도식품의 제품에 대한 허가제의 관리감독 질을 높혀야 한다.
  2. 심사와 관리를 위한 전문가 집단을 신설해야 한다.
  3.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4. 분류 체계를 단순화하여 제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5. 자가품질검사를 정확하게 강화하여야 한다.
  6. 의사 지시와 영양사 관리의 의료인 감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