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송로버섯) 18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송로버섯) 18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11.26 09:00
  • 최종수정 2019.11.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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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들이 있다.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 거위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 그리고 송로버섯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진미로 꼽히는 게 송로버섯이다.

2007년 밀라노무역관 부임 초기, 한 고위 공무원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송로버섯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송이버섯의 한 종류를 이야기하는 줄 알고 이탈리아의 자연산 송이버섯의 식감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송이버섯이 아니고 송로버섯 곧 트러플(truffle)에 대해 아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인은 송로버섯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게 바로 내가 송로버섯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신비의 페로몬? 최고의 식재료!]

매년 10월이면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알바 시에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중심가를 돌아보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송로버섯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송로버섯은 그 귀한 향과 독특한 식감으로 로마시대부터 귀족과 미식가들을 매혹시켜 왔다. 유럽, 특히 미식이 유명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푸아그라나 달팽이(그 동네에선 나름 고급 식재료다)보다 송로버섯을 최고의 식재료로 여긴다. 도대체 그들은 왜 땅속에 숨어있는 이 자그마한 버섯에 열광할까?

송로버섯의 향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페로몬 냄새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고대 로마 귀족들은 이 송로버섯을 최음제로 사용했으며, 네로 황제는 송로버섯에 ‘사랑의 묘약’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심지어 송로버섯은 여자가 먹으면 요염해지고, 남자가 먹으면 정력을 보장해 준다는 소문까지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특히 프랑스 귀부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도 연회 때마다 이 송로버섯 요리를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본인의 무엇인가에 자신감이 충분치 않았나보다.

프랑스의 검정 송로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프랑스의 검정 송로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같은 무게의 금만큼 비싼, 귀하신 몸]

좌우지간, 이렇다 보니 송로버섯은 같은 무게의 금값에 버금갈만큼 비쌌다. 지금이야 좀 덜하지만, 한창 전세계 경기가 호황일때는 경매에서 송로버섯 한 개가 ‘억’소리 듣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2010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900g짜리 송로버섯이 그해 11월 초 경매에서 한국의 한 와인 마스터에게 1억 6천만 원에 낙찰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송로버섯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송로버섯이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첫째로, 그 폭발적인 수요는 송로버섯의 특별하고도 희귀한 향 때문이다. 때문에 송로버섯 가루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요리는 다른 재료의 향을 최대한 억제해 송로버섯의 풍미를 살린다고 한다.

둘째는, 안타깝게도 생산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송로버섯은 인공 재배가 힘들어 자연에서 불규칙하게 발견되는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만큼 수요는 많은데, 수확량은 예상할 수 없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수확량이 부족한 해에는 원래도 비싼 가격이 훨씬 더 오른다.

이탈리아의 백색 송로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탈리아의 백색 송로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흑백 송로버섯]

이탈리아에서 나는 흰색 송로버섯은 검정 송로버섯보다도 더욱 강렬한 향을 가지고 있다. 그 향은 우아하면서도 원초적이어서 글로는 차마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그 덕에 흰색 송로버섯은 검정 송로버섯 보다 서너 배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 비싼 가격과 강렬한 향으로 인해 얼마나 사고가 많았던지, 이탈리아에서는 이 흰색 송로버섯을 휴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을 정도다. 다만 프랑스의 검정 송로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보관해도 향을 잃지 않으나, 이탈리아의 흰색 송로버섯은 날것으로만 그 향을 보존할 수 있다.

 

[찾기 힘들어? 그래도 찾아낸다!]

송로버섯은 땅 속에서만 자란다. 그것도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서 자란다. 보통 땅속에서 자란다고 하면 뿌리채소로 이해하기 쉬운데 송로버섯은 엄연히 버섯류다. 눈으로 보기에는 흙덩이처럼 생겨 분간하기 힘들지만, 그 향을 통해 존재를 알 수 있다. 송로버섯의 종균은 보통 30cm 정도 깊이의 땅속에서 자라며, 깊게는 1m 아래에서 자라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이 그 향을 감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은 눈으로 볼 수도 있고, 냄새로 찾아낼 수도 없다. 설사 보인다 해도, 육안으로는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구분도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찾아내는 방법은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인간은 방법을 찾는다. 참으로 무서운 집념이다.

파리야 도와줘

송로버섯이 강한 페르몬 향내를 풍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후각이 발달한 동물을 이용해 산삼 찾듯 숲 속을 샅샅이 뒤져 이를 찾는다. 송로버섯 채취자는 버섯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일명 ‘헬로미자 투베리보’라고 불리는 송로버섯파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안개 낀 낮이나 약한 비가 내려 땅에서 냄새가 올라오면 이 파리들이 나타나는데, 질 좋은 송로가 있으면 더 많이 모여든다고 한다.

돼지야 도와줘

과거에는 암퇘지를 시켜 송로버섯을 채집했다. 송로버섯의 냄새는 발정기 숫돼지에서 나오는 성호르몬과 거의 같다고 한다. 암퇘지가 이 송로버섯 냄새에 심하게 반응하여 발정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날뛰기 때문에 송로버섯 찾는데 암퇘지를 이용했다.

떡갈나무 숲에서 트러플을 채취하는 트러플 사냥꾼과 사냥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떡갈나무 숲에서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트러플 사냥꾼과 사냥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개가 최고

하지만 암퇘지는 현대사회로 오면서 점점 개로 대체되기 시작됐다. 암퇘지는 파내자마자 말릴 틈도 없이 이 버섯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즈음은 후각이 뛰어난 사냥개를 주로 동원한다. 암퇘지와는 달리 개는 송로버섯을 좋아하지 않아 버섯이 손상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송로버섯은 한밤중에 찾는다. 개들의 후각 집중력이 밤에 더 잘 발휘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 장소를 알리지 않으려는 뜻도 있다.

훈련된 개들은 떡갈나무 숲에서 후각을 통해 송로버섯을 추적한다. 송로버섯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개들은 흥분하기 시작하고 이내 땅을 파기 시작한다.

채집꾼들은 개의 시선을 돌리고 나서 유물을 발견한 듯 조심스럽게 흙을 파헤친다. 이렇게 찾아낸 송로버섯은 호두알만 한 것에서부터, 성인 주먹만 한 것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1kg이 넘는 것은 보기 드물고, 크기가 커지면 그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진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송로버섯의 향이 더욱 궁금해질 것이다.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요리 위에 송로버섯 가루를 살짝 뿌려주기 때문에 음식 가격이 생각만큼 그리 비싸지는 않다. 그리고 최근에는 값싼 중국산 송로버섯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운남성에서 많이 생산되며 놀랍게도 최근에는 인공재배에도 성공해, 송로버섯 가격이 1kg에 30달러 정도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100분의 1가격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 맛과 향이 궁금한 사람은 한번 시도해보기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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