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샐러드, 독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한 샐러드, 독이 될 수도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09:00
  • 최종수정 2019.12.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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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샐러드는 건강 식품의 대표 주자로 뽑힌다. 익히지 않은 생 채소를 먹으면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아 당연히 건강에 더 좋을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덕분에 그럴듯한 레스토랑의 코스 메뉴에는 항상 샐러드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고기를 삼겹살을 먹을 때도 쌈 채소를 꼭 챙겨 먹는 사람들이 많다. 추운 겨울에도 아삭아삭 생 채소를 씹고 있는 당신, 그런데 정말 샐러드가 익힌 채소보다 건강에 좋은 걸까?

 

[생 채소가 더 좋다? 천만의 말씀!]

채소를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어 건강에 도움이 덜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생식에 열광하는 사람 중 일부는 채소를 조리하면 영양성분과 효소가 전부 파괴되거나 상당 부분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생 채소가 영양학적 측면에서 항상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양소를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2010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가 있는데, 평균적인 서구식 식단, 건강식 권장사항에 기초한 영양식, 그리고 생식 식단을 따르는 여성들을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한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생식 식단을 한 그룹이 다른 식단 그룹보다 더 많은 베타 카로틴을 섭취했지만, 정작 건강 영양식을 섭취한 그룹에서 흡수율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채소를 요리하게 되면 약간의 영양소를 잃는다. 하지만 만약 익힌 채소를 먹을 때 영양소를 더 많이 흡수해서 실제 몸이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익힌 채소가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미네랄을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도 있다. 2009년 하버드 대학교가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조리를 하는 것이 저작 작용, 소화, 흡수가 더 쉽게 하고 식사의 칼로리 산출량을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 진화에 기여했을 것으로 암시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익혔을 때 영양소가 더 풍부한 채소도 있다]

일부 채소는 찌거나 굽거나 지졌을 때 영양학적 가치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토마토를 꼽을 수 있다. 토마토를 포함한 붉은 빛을 띄는 식품에는 ‘라이코펜(Lycopene)’이라는 항산화/ 항염증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는 전립선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과 심장마비의 위험률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라이코펜은 지용성 영양소이기 때문에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몸에 더 잘 흡수된다. 2002년 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Chemistry 저널에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토마토에 30분간 열을 가하면 토마토의 세포벽에 갇혀 있던 라이코펜이 방출되어 그 양이 30%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빠져나온 라이코펜은 체내로 좀 더 쉽게 흡수된다. 따라서 토마토를 먹을 때에는 올리브유 등을 이용해 익혀 먹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당근, 버섯, 아스파라거스, 양배추 등도 열을 가해 조리하면 익히지 않았을 때보다 영양소를 더 풍부하게 제공한다. 특히 당근을 요리하면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약 3배나 높아지는데,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로 변환되어 시력, 생식, 뼈 성장, 면역 체계 조절에 도움을 준다. 

 

[차가운 샐러드? 따뜻한 샐러드도 있다]

더 오래, 더 맛있게 채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고민이 늘어나는 시대. 채식을 더 오랫동안 맛있게 즐기려면 먼저 ‘채식=샐러드’ 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다양한 조리법을 이용하면 질리지 않고 채소를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차가운 풀을 많이 씹으면 씹을 수록 채식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채소섭취법으로 샐러드만을 고집하다가 쉽게 질려서 포기하는 이유다. 채소를 적당히 익히면 채소의 대부분인 수분이 빠지는데, 약간의 간을 더하면 생 채소보다 훨씬 더 많이 양을 먹을 수 있다. 샐러드라 하더라도 굳이 차가운 풀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삶은 파스타면에 채소를 섞어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파스타 샐러드가 된다.

채소를 조리할 때 올리브유나 참기름, 들기름, 아보카도유 등의 지방을 쓰는 것도 권장된다. 이는 맛을 한층 더 올릴 뿐 아니라 채소 속 지용성 영양소를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기름은 거의 식물성 불포화 지방이라고 봐도 된다.

[샐러드가 독이 되는 사람도 있다]

샐러드는 분명 건강 식품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이로운 것은 아니다. 생 채소 위주로 구성된 식단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이나 일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 채소는 익힌 채소에 비해 소화흡수율이 매우 떨어지므로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수 있고, 특히 섬유질은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소화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위염 환자는 가급적 익힌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빈혈이나 골다공증 환자도 샐러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빈혈과 골다공증 치료에 중요한 칼슘과 철분 등의 미네랄이 식이섬유에 붙어서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생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칼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칼륨 배설이 어려운 환자가 생채소를 먹으면 부정맥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 채소와 익힌 채소 모두 잘 먹자]

채소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파괴되는 영양성분도 물론 있다. 채소 속 비타민 C가 대표적인데, 채소를 익힐 때 물에 녹아버리거나 가열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토마토를 약 88도에서 2분간 익히면 비타민 C의 10%가 파괴되고, 30분간 열을 가하면 약 3분의 1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브로콜리와 같은 일부 채소는 날 것으로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2007년 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Chemis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를 장시간 고온 조리할 경우 열에 민감한 미로시나아제 효소가 손상되는데, 이는 설포라판(L-sulforaphan)이라는 화합물의 생성을 줄인다. 설포라판은 위암의 위험요소인 헬리코박터균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며, 기관지 점막세포의 염증을 억제하는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생 브로콜리가 조리된 브로콜리보다 설포라판 함량이 10배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결국 채소의 영양분을 최대한 섭취하려면 생 채소와 익힌 채소를 적당한 비율로 먹는 것이다. Advances in Nutrition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생 채소와 익힌 채소 모두를 잘 섭취하는 사람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만성 질환 위험률이 낮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굳이 특정 방법으로만 채소를 섭취하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것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채소를 꾸준히 먹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