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논란, 국민 건강 어떻게 지키나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 국민 건강 어떻게 지키나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1.27 17:00
  • 최종수정 2019.11.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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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 : 국민 건강 어떻게 지키나?’ 개최

[헬스컨슈머] 최근 폐질환 유발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져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포럼이 열렸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27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 : 국민 건강 어떻게 지키나?>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국무총리실 국민안전안심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장, 조준호 한양여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백유진 대한금연학회장(한림대 성심병원 교수) 등이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자세히 짚어보고 청소년과 대중에 미치는 영향과 규제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정은주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생활화학물질안전분과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어진 환영사에서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미세먼지를 걱정한다면서 직접 들이마시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둘러싼 안전불감증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밝히고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데 크게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포럼의 문을 열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 잊지 말아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규홍 단장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를 폭넓게 소개하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사항들을 자세히 짚었다.

특히 미국에서 문제가 돼 집중 조명된 ‘대마성분’과 ‘비타민E 화합물’의 위해성을 지적하는 한편, 위해성이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요성분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대마성분과 비타민E 화합물은 미국 청소년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첨가하여 사용해 폐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성분인데,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국내 전자담배는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규홍 단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경험과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성분들을 ‘에어로졸’ 상태로 흡입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에어로졸은 기체상태이지만 일반적인 수증기와는 달리 아주 작은 고체나 액체가 미립자 형태로 포함되어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일반 고체나 액체, 기체가 피부에 닿았을 때나 입으로 섭취되었을 때와는 다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천식 일으킬 가능성 높아]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준호 교수는 국내외에서 이뤄진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의 호흡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조준호 교수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에 비해 천식에 걸릴 확률이 2.74배 높았다고 한다. 또 천식으로 1년에 4일 이상 결석한 수치는 15배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전자담배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글리콜과 글리세린은 고온에서 가열되면 ‘독성 알데히드’ 성분이 나오게 되는데 이 성분이 천식과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멘톨(박하)’ 성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시원한 맛이 나도록 박하향이 첨가된 전자담배를 선호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여기에 첨가되는 ‘푸레곤(pulegone)’이 동물에게 폐암과 간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밝혀지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멘톨 성분의 전자담배 판매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조준호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자가 다른 성분들을 첨가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약물들이 첨가되기도 한다”면서,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의 금지약물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이트웨이(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현행법상 ‘담배’의 정의 바꿔야]

마지막 발제에서는 대한금연학회장 김유진 교수가 전자담배의 공중보건학적 영향을 분석하고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규제방안을 제시하며 포럼을 이어갔다.

특히 김유진 교수는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항간에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전했다. 전자담배는 수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각 기기와 액상에 따라 위해성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압이 높은 기기의 경우 더 많은 발암물질이 나와 위해성이 더 높을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대마 성분이나 비타민 화합물이나 멘톨성분이 포함된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만큼 심근경색 유발 가능성이 있다.

이어서 김유진 교수는 해외의 전자담배 규제를 예로 들면서 전자담배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최근 등장한 ‘뿌리줄기 합성 니코틴’ 제품과 ‘전자기기’는 법적으로 담배라고 보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대한 정의를 개정하고 신종 담배를 관리하는 제도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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