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정책도 사람이 중심이다
마약 정책도 사람이 중심이다
  • 이소정 기자
  • 승인 2019.11.2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7회 마약퇴치연구소 심포지엄 개최, 사람 중심의 마약 정책 필요성 강조해
마약퇴치연구소 이범진 소장.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사장 장재인)의 <제7회 마약퇴치연구소 심포지엄>이 ‘사람 중심의 마약류정책과 미래전략’을 주제로 11월 27일(수) 오후 1시에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되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2013년 마약퇴치연구소(소장 이범진)를 설립하여 국내/외 마약정책의 흐름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고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연 1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마약퇴치연구소장이자 (사)건강소비자연대 총재 및 아주대학교 약학대학장을 겸임 중인 이범진 소장은 ‘사람 중심의 미래 마약정책: 연구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이번 심포지엄의 기조강연을 펼쳤다.

 

[대한민국, 정말 마약 청청국인가?]

마약이란 진통, 마취 작용과 습관성이 있고 장기 복용 시 환각, 중독 및 의존 증상이 발생하는 물질의 총칭이다. WHO에서는 중독성, 내성, 금단증상, 사회에 끼치는 해악의 총 4가지 항목을 토대로 마약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류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의미한다. 여기서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인 및 그의 알칼로이드와 화학적 합성품을 의미하며, 항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시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물질을 뜻한다.

자료제공: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다른 기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유통되는 마약의 양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마약 청정국’에 속하기는 하다. 하지만 관세청의 마약류 단속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적발되는 마약의 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재작년인 2017년에 69.1kg이던 적발량은 작년인 2018년도에 무려 420Kg으로 크게 증가해 국내에 적지 않은 양의 마약이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범진 소장은 “최근에는 투여 용량은 적어도 약효는 높은 강력한 마약 성분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 유저는 환자… 예방 대책 등 필요]

이범진 소장은 “지속적인 마약류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사람 중심의 마약 정책으로 치료와 재활, 예방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관련 정책은 처벌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높은 재범률과 더불어 수감 생활이 곧 마약 양성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문제로 꼽힌다.

이범진 소장이 강조하는 투 트랙(two tracks)의 기조는 명확하다.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이 주로 취약계층으로 구성된 마약 유저와 확실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범진 교수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및 재활 관련 사업의 부재를 인식하고, ‘사람 중심’의 마약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범진 소장은 “전문적으로 마약을 유통시키는 마약 사범들은 확실한 근절을 위해 엄격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지만, 실제 마약 중독으로 마약을 찾는 실제 이용자는 대부분 사회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마약 중독자 치료 및 재활 사업에 쓰일 국가 예산도 국민들의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만 책정이 가능한데, 대부분의 국민은 사회적 약자이자 피해자인 마약 유저와 마약 유통 사범을 똑같이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경찰은 올해 3개월에 걸친 집중 단속으로 마약을 투약 및 소지한 약 4천명을 검거했는데, 마약을 전문적으로 판매한 경우보다 대부분이 실제로 마약을 투여한 유저로 나타났고, 초범이나 재범인 무직자가 전체의 40%를 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범진 소장은 쥐 공원 실험(Rat park experiment)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쥐 공원 실험은 암컷과 수컷을 적절히 섞은 무리의 쥐에게 놀이를 위한 바퀴와 공, 충분한 음식과 짝짓기 공간 등을 주었을 때 쥐는 마약을 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더럽고 좁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일 경우에 마약에 매달리는 쥐가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이다. 이는 약물의 중독성 자체가 아닌 개인의 정신적/심리적 요인이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사람 역시 환경적인 변화가 없다면 마약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향정의약품 오남용도 문제… 마약 정책 패러다임 필요]

불법적인 마약 이외에도 향정의약품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이범진 소장은 “의료용 마약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마약의 제형 등을 변형해 주사나 코로 흡입하는 형태의 오남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매우 취약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오남용 방지 제제의 법적 제도화와 마약류 관리 정책 등 이 필요하다는 것.

이범진 소장은 “제약회사 측에서 약을 생산할 때 오남용을 목적으로 특정 성분 추출을 막는 기술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루를 내기 힘들게 하거나, 액체에 용해시키려 할 때 젤(gel)형태로 제형이 바뀌는 등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에서 국가 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태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태국은 마약사범 처벌 중심 정책 시행으로 마약 공급을 차단하고, 2015년부터는 중독자(사람) 중심 약물 치료와 재활에 집중 투자해 매년 마약 사용자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범진 소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지식사회가 되면서 인간의 존엄과 미래가치를 논의하는 시대적 환경이 이루어진 만큼, 사회가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람들을 방치함으로써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기초기전연구, 치료/재활, 예방 교육, 역학조사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마약 중독자가 죄인이 아닌 약물 중독 환자이며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임을 인식하고 단속 외에 치료, 재활로 인한 사회 복귀를 유도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 전환과 마약 중독자의 치료 및 재활, 사회적 복귀 등을 연계한 예방 프로그램 및 철저한 단속으로 예산 및 조직, 정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조직의 효율적인 재구성 및 단속국, 교육예방국, 치료재활국 등으로 구성된 마약청을 구축하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