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자는 아이, 비만아 될 수 있다
적게 자는 아이, 비만아 될 수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09:00
  • 최종수정 2019.11.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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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시간 매우 짧은 경우, 권장시간 수면에 비해 비만 가능성 1.7배 높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피로는 더 이상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학원과 숙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수면의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초등학생 수면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수면시간이 짧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심영석 교수는 ‘소아청소년에서 수면시간과 비만 및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연관성’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수면시간 짧으면 비만 확률 높아져]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10~18세 소아청소년 총 6,048명의 수면 시간과 비만 및 심혈관계 위험인자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수면시간은 미국 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 NSF,의 권장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NSF 권장 수면시간. 자료제공: 한림대학교의료원

그 결과, 아이의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비만 및 과체중일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시간이 매우 짧은 경우, 비만과 과체중의 비율이 1.7배 높아졌고, 특히 복부비만을 의미하는 허리둘레가 1.5배 늘었다.

특히 여아가 남아에 비해 수면시간과 비만의 연관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의 경우 수면시간이 매우 짧으면 비만은 1.2배, 과체중 비율이 1.8배 높아졌는데, 여아의 경우 비만은 2.3배, 과체중은 1.7배 높아졌다.

심영석 교수는 “수면시간이 짧으면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활동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짧은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촉진해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너무 많이 자도 문제]

그렇다면 잠을 많이 자면 괜찮은 걸까? 사실 권장 수면시간보다 길게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 수면시간보다 잠을 많이 잔 소아청소년의 경우, 중성지방인 혈중 트리글리세리드 수치가 증가했다. 특히 긴 수면시간을 자는 여아는 권장 수면시간을 자는 경우보다 트리글리세리드 수치가 3.86배나 증가했다.

다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면과 비만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부족한 수면시간이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과 다르게,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질환과의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영석 교수는 “수면은 소아청소년의 성장과 발달 및 건강상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이가 적절한 수면시간을 취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이 비만도는 TMI 수치가 정확]

현재 소아청소년의 경우 빠른 성장과 발달로 인해 비만 분류를 위한 측정법으로 체질량지수인 BMI 수치 대신 ‘BMI 표준편차점수’나 ‘BMI 백분위수’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BMI 수치 자체가 키가 일정할 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경험하는 소아청소년에서 비만이 아니더라도 더 높은 체지방수치를 보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심영석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측정법으로 BMI 대신 성장도를 반영할 수 있는 TMI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TMI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BMI 수치(kg/㎡) 대신, 체중을 신장의 세제곱으로 나눈 수치(kg/㎥)이다. 심영석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소아청소년 8,464명을 TMI로 분류하여,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TMI의 분포를 확인한 결과, TMI가 비만 분류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사춘기 발달기간 동안에는 BMI 대신 TMI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하고 편리하게 비만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