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베게, 아깝다고 쓰면 몸 다 망가진다
불편한 베게, 아깝다고 쓰면 몸 다 망가진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09 09:00
  • 최종수정 2019.12.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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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분명 좋은 베개라고 했는데 난 왜 불편하지?’ 최근 침구를 새로 바꾼 김 씨는 고민이 많다. 일명 ‘꿀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베개라 해서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베개가 불편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겨우 잠이 든다고 해도 다음 날 어깨와 목이 아프기 일쑤다.

사실 많은 사람이 김 씨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새로 산 베개가 아까워 그냥 사용하거나 익숙해질 때까지 노력해본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베개가 몸에 잘 맞지 않으면 우리 몸은 잠을 잘 때마다 악영향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여러 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사람이 하루에 8시간 잠을 잔다고 가정할 때, 예상수명이 80년인 사람이 수면에 쓰는 시간은 무려 26년이다. 즉, 우리는 26년이라는 기간을 베개와 함께 보내는 셈인데, 제대로 된 베개를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나치게 높은 베개, 다양한 질환의 원인]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듯, 숙면을 취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지만 사실 수면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에 베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베개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본인의 신체와 맞지 않으면 뼈와 근육, 신경 등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본인의 몸에 비해 너무 높은 베개를 쓰게 되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점은 바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목이 구부정해지고 기도 부분이 좁아져서 호흡 곤란과 코를 고는 증상이 발생한다. 수면 중 코골이 상태에서는 기도가 더욱 좁아지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숨이 끊어졌다가 다시 크게 들이마시는 것이 반복되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숙면을 방해하고 산소 결핍을 일으켜 체내 산소 공급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뇌와 심장 그리고 혈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활동량이 많은 낮 동안 피로감, 두통, 무기력감, 우울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목과 허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바닥에 눕게 되면 머리는 바닥에 닿지만 목은 C자형의 곡선을 유지한 채 떠 있게 되는데, 잘못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면 점점 이 곡선이 무너지면서 목 디스크를 초래한다. 또한, 높은 베개는 목과 허리를 굽게 만들어 척추 사이의 공간이 좁혀서 척추 신경을 자극한다. 특히, 40대 이상인 경우 높은 베개로 인해 척추에 압박을 받으면 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

 

[고침단명, 정말 낮은 베개가 더 좋을까?]

하지만 너무 낮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소위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 해서 베개는 무조건 낮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조건 낮은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베개가 너무 낮아도 목뼈의 곡선이 유지되기 힘들고, 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심장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면 목 주변 근육과 목 뼈의 혈액순환에 방해가 돼 얼굴이 붓거나 두통,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베개를 베지 않고 자면 머리가 아픈 경우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낮은 베개를 이용하면 옆으로 누울 때의 어깨너비로 인해, 머리 위치가 척추 중심보다 낮아져 안압을 높이고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상적인 베개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

최고의 베개는 개인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베개가 판매되고 있는데, 아래의 사항을 참고하여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면 된다.

먼저 숙면을 위해서 꼭 체크해야 할 것이 바로 베개의 높이다. 베개의 높이는 목이 C커브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도 근육에 긴장이 생기지 않는 높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체형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깨 너비를 고려할 때 이상적인 베개의 높이는 6∼8㎝로 알려져 있다. 성인 남자의 경우, 바로 누운 자세에서는 7.9㎝, 옆으로 누웠을 때는 9.5㎝가 적당하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는 옆에서 보았을 때 목뼈와 허리뼈가 최대한 일직선을 유지해야 목에 가는 부담이 적다.

또한, 베개는 너무 푹신해도, 너무 단단해도 좋지 않다. 너무 푹신한 베개는 편안함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목의 C자 곡선을 제대로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베고 잘 경우 뒤로 밀리면서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단단한 베개는 신경이나 혈관을 눌러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찜질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네모난 목침 등은 신경 및 혈관을 자극해 어깨나 팔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상적인 베개는 전체 수면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체형에 맞는 베개를 사용하면 수면시간을 15% 정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수면 중 깨어나는 횟수를 줄이고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니 내 몸에 맞는 베개로 건강한 수면 생활을 누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