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오테라피, 영하 140도 ‘냉찜질’로 과연 살이 빠질까?
크라이오테라피, 영하 140도 ‘냉찜질’로 과연 살이 빠질까?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04 15:00
  • 최종수정 2019.12.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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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최근 운동선수들과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인증샷’을 공개하면서 ‘연예인 다이어트’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이어트법이 있다. 바로 ‘크라이오테라피’다.

 

[‘크라이오테라피’란?]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y)는 차가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라이오(Cryo)’와 치료라는 뜻의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로, 영하 140도의 액화질소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부스에 2~3분간 들어가 있는 치료법이다. 쉽게 말해 냉찜질과 같은 일종의 ‘한랭요법’인 셈이다.

이와 같은 치료법이 다이어트와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는 한편,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해외 스포츠 스타들도 즐겨한다고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신개념 다이어트’로 성행하고 있다.

 

[3분만에 800칼로리가 소모된다?]

크라이오테라피를 운영 중인 호주 CRYO사는 영하 140도에 3분만 노출되도 500~800칼로리를 태울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밀고 있다. 인체가 저온에 노출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류량을 늘리고 신진대사가 늘어나 열량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크라이오테라피를 취급하는 국내 업체들도 이 수치를 근거로 들어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미국의 비만 전문의 브라이언 퀘베만 박사는 “3분간의 크라이오테라피가 장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다이어트 효과를 일축했다. 국내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3분만에 800칼로리를 태우는 것이 가능하다면 학계에 대대적으로 알려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같은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나왔다. 폴란드의 슈체친 포메라니안 의대가 3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6개월 동안 운동과 함께 크라이오테라피를 실시했지만 체중과 체질량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크라이오테라피의 체중 감량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살 빼려다 동상 걸릴 수 있어]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 안토니오 브라운(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은 전용 신발을 신지 않고 체임버에 들어가 양발에 동상을 입고 물집이 생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크라이오테라피를 받고 허벅지와 팔 등이 빨갛게 붓거나 수포가 생겨 동상으로 의심된다는 후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시술의 안전성과 업체들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크라이오테라피를 받은 한 유튜버의 후기에 따르면, 시술 도중 “허벅지가 아프고 따갑다”고 얘기했더니 직원이 “살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지나친 통증을 느낀다면 동상이나 동창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감각이 둔하거나 당뇨 합병증이 있는 환자들은 말초에 동상이나 동창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일시적 통증 해소에는 효과있어]

하지만 관절과 근육의 일시적인 통증을 완화하는 데에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 크라이오테라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한랭요법은 본래 1970년대 후반 일본의 의학박사 토시로 야마구치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치료법이다. 이것이 훗날 미국과 유럽 등으로 전해지면서 운동선수들의 근육통 완화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냉찜질 등의 한랭요법은 세포 내의 대사작용을 늦춰 손상 부위의 염증과 부종을 감소시켜 줄 수 있고, 혈관을 수축시켜서 내부의 출혈을 억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느낌이 통증을 잊게 해주는 마취효과가 있기 때문에 관절과 근육의 통증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이 되는 병이나 증상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