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면 술 마시지 마세요”
“얼굴 빨개지면 술 마시지 마세요”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2.10 10:00
  • 최종수정 2019.12.10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 헬스컨슈머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면 밤거리에서 시뻘건 얼굴의 취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은 주변에서도 흔히 보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상 징후다.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Asian Flush Syndrome)]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은 이른바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증상으로, 이름처럼 아시아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권 사람들 사이에선 매우 흔해, 인구의 70%가 이 같은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원인은 선천적으로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숙취의 주범이기도 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사람의 경우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빨간 얼굴, 적신호일 수도 있어]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그저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최근 전자담배의 위해성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물질로,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이다. 따라서 알데하이드 분해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은 각종 암에 걸릴 위험 또한 높아지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식도암과 대장암이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의 연구에 따르면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식도암 발병률은 정상인에 비해 6~10배 정도 높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장암 발병 확률도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 필립 브룩스 박사는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치명적인 암을 알리는 적신호일 수 있다며 경고했다.

 

[고혈압, 류머티즘성 관절염에도 취약해]

이처럼 선천적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가 부족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술로 인해 고혈압에 걸릴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176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소주를 2병 이상 마시는 경우 얼굴이 붉어지는 그룹의 고혈압 발병 확률이 정상인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같은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류머티즘 인자의 양성률 또한 정상인 대비 2~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주일 평균 음주량이 소주 2병을 초과하는 경우 류머티즘 인자의 양성률이 같은 주량의 정상인보다 2.28배 높게 나타났다.

 

[끊을 수 없다면 건강한 음주습관 들여야]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음주 후 얼굴이 빨개진다면 각종 질환에 취약할 수 있는 만큼 금주하거나 1주일 평균 소주 1병 이내의 음주습관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회적인 이유 등으로 끊을 수 없다면 올바른 음주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알코올 전문병원의 전문의는 "홍조 증상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음주 전후, 음주 시 물을 많이 마시거나 수분이 많은 과일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