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직, 생산직 여성이 유산 확률 더 높았다
서비스직, 생산직 여성이 유산 확률 더 높았다
  • 이소정 기자
  • 최종수정 2019.12.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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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여성에 비해 서비스직, 생산직 자연유산 위험률 각각 76%, 81% 높게 나타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안전한 직장 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국민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여성 직장인들의 유산율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여성보다 높게 나타나며, 여성 직장인의 상당수는 여전히 출산이나 유산 전후로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국가 단위 자료로 여성의 근로환경과 자연유산의 연관성을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가 최초로 발표되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임 여성 근로자가 장시간 일을 하면 자연유산의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 노동자의 근무형태에 따라 유산 위험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과도한 근로시간, 자연유산 최대 66% 높였다]

자연 유산은 의학적 시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20주 이전에 태아가 사망하는 경우를 말하며, 그 중 80%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한다. 임신부 약 8명 중 1명(15~20%) 꼴로 발병할 정도로 많은 유산이며, 그 증상과 결과에 따라 절박 유산, 계류 유산, 완전 유산, 불완전 유산 그리고 유산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가피 유산 등으로 나뉘어진다. 자연유산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부터 환경적 요인까지 다양한데, 최근까지 여성 근로자의 노동 형태나 노동 시간과 유산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발표된 바는 없었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가천대학교 길병원 연구팀이 자연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근로 환경 요인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는 여성 근로자 총 4,078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 전체의 5.7%인 234명이 자연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근무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 주에 5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여성과 비교해 61~70시간 근로한 여성은 자연유산의 위험이 56%, 70시간을 초과하면 무려 66%까지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여성의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수면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며 조산을 유도할 수 있고, 장시간의 노동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태반으로 가는 혈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서비스직, 생산직 여성이 자연유산 위험 더 높았다]

근무 형태에 따라서도 자연 유산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일명 화이트컬러로 불리는 사무직 여성에 비해 보육교사, 간호사와 같은 개인 상대 서비스직인 핑크컬러 노동자는 자연유산 위험이 76% 더 높았고, 생산직인 블루컬러 여성은 81%나 높았다. 이는 서비스직과 생산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사무직 여성에 비해 직장에서 요구하는 물리적 노동형태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가임 여성이 7시간 이상 서서 근무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게 되면 자궁과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웅크리는 자세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작업을 오래 하는 경우에는, 복강 내 압력이 올라가면서 자궁의 안정성이 떨어져 원치 않는 조산이 유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는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대비해 많은 여성 근로자가 출산 한 달 또는 직전까지 일하다가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보호가 필요한 시기는 출산 전과 후 뿐만 아니라 임신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임신 초기다”라며, “여성 근로자의 자연유산이 근로환경과 밀접한 만큼 사업장에서 임신 초기 여성을 위한 사회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