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염증이 아기 뇌에 영향 미칠 수 있다
임신 중 염증이 아기 뇌에 영향 미칠 수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19 09:00
  • 최종수정 2019.12.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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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체의 면역체계 활성화로 방출되는 단백질이 신생아 뇌 발달에 영향 줄 수 있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임산부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면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특히 태아뿐 아니라 돌 전후의 아이에게도 이러한 영향이 미칠 수 있으며, 아이의 조현병이나 자폐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의 브래들리 피터슨(Bradley Peterson) 박사팀은 임신 후기 3개월간 면역계 활동에 의해 단기 및 장기간 뇌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온라인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수록되었다.

 

[염증 단백질이 아기 뇌 발달에 영향 미쳤다]

감염, 스트레스, 질병, 알레르기 등은 우리 몸에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면역 시스템에 의해 이러한 다양한 요인이 감지되면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고, 염증 반응의 일부로 단백질이 방출된다. 이렇게 염증 반응으로 방출되는 일부의 단백질이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이미 밝혀진 바 있으나, 사람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그 동안 알려진 것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은 면역반응이 신생아의 신경계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연구팀은 사회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염증 위험이 높은 젊은 연령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신 후기 3개월 차에 혈액검사와 태아 심장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이는 모체의 혈액에 있는 염증 수치와 태아 신경계 발달 확인을 위한 태아의 심박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염증이 생겼을 때 생성되는 단백질이 태아의 심박동 변동성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태아의 심박수는 신경 시스템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는 곧 모체의 염증이 아기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현병, 자폐증 등 정신질환과도 관련있다]

연구팀은 출생한 아기들 대상으로 첫 몇 주 동안 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초기의 신경 발달과 출생 전 요인들의 영향에 대한 양상이 관측되었다. 아이의 특정 뇌 영역 사이의 소통에 지장을 주는 것이 발견된 것인데, 해당 두뇌 영역은 ‘현출성(salience) 연결망’이라 불리는 곳으로 두뇌로 들어오는 자극의 중요성 여부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모체의 염증과 신생아의 뇌 신경 문제를 연결시킨 최초의 사례로, 감염 등 임신부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과 이러한 네트워크의 기능 장애가 조현병이나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 발병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로스엔젤레스 아동병원의 브래들리 피터슨(Bradley Peterson) 박사는 “우리 두뇌는 우리 몸 내/외부에서 끊임없는 정보를 받는데, 현출성 연결망이 정보들을 검토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결정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엄마의 면역 반응 영향이 유아기까지 이어졌다]

또한, 연구팀은 출산 후 아기가 14개월이 되었을 때 해부학적 뇌 스캔과 인지 행동 평가를 시행하여 신생아의 발달상태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모체의 염증과 관련된 영향은 신생아 시기뿐 아니라 유아기까지 지속됨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이 ‘유아/영아의 베일리 발달 지표’를 이용해 평가치를 대입한 결과, 염증으로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 엄마의 아이들에게는 운동 능력과 언어 발달, 행동의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해당 분야 연구에 있어 상당한 진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면역 요인들이 아이의 뇌 발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에서 발견된 바와 같이, 모체 혈액에 있는 염증 표지자가 아이의 뇌 발달에 단/장기적 변화와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러한 영향을 예방하고,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아기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