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논란’ 소비자의 선택은?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논란’ 소비자의 선택은?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17 11:00
  • 최종수정 2019.12.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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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의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화장품 표기사항을 규정한 ‘화장품법 제10조’를 고쳐보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부천 소사, 보건복지위)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화장품법 제10조 2항을 ‘영업자의 상호 및 주소’에서 ‘화장품책임판매업자 및 맞춤형화장품판매업자의 상호와 주소’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화장품에 제조업체 정보는 기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인가?]

이번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제조업자 표기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 즉, 소비자가 화장품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은 소비자의 소중한 권리라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장품에 표기된 제조원 정보 삭제 요청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가공식품이나 약을 살 때도 제조원을 확인하고 구입할 정도로 제조원과 성분 확인은 소비자들의 습관이라며, 앞으로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당 청원은 총 3,998명의 청원 동의를 얻으며 지난 14일 마감된 상태다.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모든 화장품의 포장용기, 포장 등에 '영업자의 상호 및 주소'를 필수로 기재하게끔 되어 있다. 여기서 '영업자'는 화장품 제조업자, 화장품 책임판매업자 및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자를 포함한다. 즉, 해당 제품을 실제로 만든 OEM 제조업체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판매업체 등의 업체 정보를 반드시 함께 표기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어 제조업자를 표기할 필요가 없어지면 판매업체들이 값싼 가격에 화장품을 공급해주는 제조업체만 찾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품에 회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으면 제조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등 제품의 질에 신경을 쓰겠지만, 제조업체 표기가 되지 않는다면 원가 절감에만 신경 쓰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히려 제조업체 표기 의무가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을 수도]

반면, 제조업체 기재 의무를 없애는 데 찬성하는 측은 오히려 이번 법안이 소비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화장품 품질관리 및 판매 후 안전관리 의무에 대한 법적인 규정은 결국 판매업체에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품의 질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장품 사용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의 불만은 판매사를 통해 접수되는데, 제조업체 정보를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또한, 제조업체 표기가 도리어 균형 잡힌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제조사 몇 군데가 판매업체의 주문건을 독차지하면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설 곳을 잃기 때문이다.  

코스메슈티컬 전문 기업 케이벨르㈜의 김영선 대표이사는 약사이자 화장품 약리학 박사 출신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김영선 대표이사는 “사실 OEM 제조업체는 생산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형 제조업체 한두 군데 외에는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업계 3위 업체부터는 인지도조차 없는 것이 현실” 이라며, “소비자가 1,2위 제조업체만 선호를 할 경우, 이는 제조업체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해 같은 퀄리티의 제품임에도 단가가 더 올라가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케이벨르 또한 화장품 판매업체로서 인지도 상위 제조업체를 포함한 여러 업체에 제품 생산을 맡긴 적이 있는데 모두 식약처 규정에 따르는 시설과 관리 규정을 가진 업체였다”라며, 큰 회사가 무조건 제품을 잘 만들 것이라는 소비자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체 표기가 'K 뷰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제조업체 표기가 의무인 나라가 몇 되지 않아 수출 절차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 또한 해외 바이어가 제품에 기재된 제조사와 직접 접촉해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고, 내수용과 수출용을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판매업체에 부담이 되는 만큼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