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두 종교와 술) 22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두 종교와 술) 22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12.20 09:00
  • 최종수정 2019.12.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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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술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고대로부터는 그 취한 상태로 인해 ‘신의 선물’, ‘신과의 만남’이라는 표현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포도주가 그랬고, 다른 많은 술들도 신을 기리는 제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중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생소한 두 가지 종교와 술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갈래의 세계 종교, 셈족과 아리안족]

흥미롭게도, 현대 주요 종교들은 두 민족으로부터 유래했다. 셈족과 아리안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셈족의 아브라함으로부터 나온 것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고, 또 다른 한 갈래는 인도유럽어족의 일파인 아리안으로부터 나온 ‘조로아스터교, 브라만교, 불교, 힌두교’이다. 이 종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날 세계 종교로 커왔다.

인류문명사의 큰 흐름은 정주민족과 유목민족 간의 투쟁과 협동의 역사였다. 종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인류 문명이 최초로 발흥한 수메르 우르에서 아브라함의 이주로부터 탄생한 게 셈족의 종교이다. 그 무렵 수메르 북쪽 코카서스 초원에는 인도유럽어족의 원류인 쿠르간 초원문화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 뒤 이 두 세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문명사 전면에 등장한다.

 

[동서양의 차이]

종교의 발전단계를 보면, 원시시대의 샤머니즘, 토테미즘 등으로부터 발전한 다신론이 고대에 들어오면서 그 가운데 가장 강한 또는 자기들과 가장 잘 맞는 신을 자기 부족의 수호신으로 선택해 믿는 단일신론으로 발전한다. 그 뒤 이는 모든 만물을 총괄하는 유일신 개념으로 승화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기서 서양과 동양 종교의 차이가 발생한다. 서양종교의 창조설화는 신이 만물을 창조하고 이를 운용하는 개념인 반면, 동양종교는 신이 스스로 분화되어 만물이 된다. 이 차이가 후에 그들의 종교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곧 서양종교는 창조주와 피조물이 ‘이원론적 주종관계’인 반면 동양종교는 신이 스스로 만물과 인간으로 분화되었기에 ‘일원론적 합일사상’이 가능하다. 동양종교에서 범신론, 범아일여, 성불 사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역사에서 보면, 셈족의 종교와 아리안의 종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기에 유대교가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후 조로아스터교의 ‘선과 악의 이분법’ 교리가 유대교에 스며들고 이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유대교 보다 오히려 기독교 교리에 더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후 유대교와 기독교를 본 따 만든 이슬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서양종교는 조로아스터교의 이분법적 사고의 영향으로 이성과 논리를 들이대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종교로 성장하고 정작 이분법 교리를 가르쳤던 조로아스터교는 그 세력이 축소되었다. 반면에 동양종교는 브라만교의 범아일여 사상을 승계한 불교와 힌두교가 득세하면서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과 융합의 종교로 커왔다.

여기서 뭔가 아리송한 부분을 느꼈는가? 그렇다, 우리가 서양종교로 알고 있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은 중동지역의 동양계 셈족으로부터 나왔고, 동양종교라 일컫는 ’조로아스터교, 브라만교, 불교, 힌두교‘는 백인계 아리안으로부터 발원(發源)했다는 점이다.

셈족에서 출발한 유대인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브라만교의 술 ‘소마’]

브라만교와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영적음료를 통해 초월적인 세계를 경험했다. 그 영적음료의 이름은 브라만교의 경전 <베다>에서는 소마(Soma)로,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아베스타>에서는 하오마(Haoma)로 불렸다. 이름도 다르고 등장 배경도 다르지만 둘 다 기본적으로 비슷한 술이며, 주요 원료도 거의 같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술을 마시면 신비로운 영험한 힘이 생겨 신과 소통할 수 있다고 여겼다.

<베다>의 기원에 앞서 아리아인들이 가진 제사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살아있는 동물을 바치는 공희(供犧) 방식의 의례를 올렸다. 이런 <베다>의례에서는 신들에게 동물 희생제물과 수확물을 바쳤는데 그 가운데 '소마주'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것은 소마초(草)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켜 만든 것이다. 이 술은 흥분성이 강한 환각작용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은 이를 통해 신을 영접한다고 믿어, 소마주를 신의 술이라 불렀다.

심지어 그들은 더 나아가 술이 주는 황홀한 도취감을 신과 교통하는 신비스러운 영력(靈力)이라 여겨 소마주 자체도 신격화했다. 이후 소마주는 술의 신이자 아울러 달의 신으로 섬겨졌다. 그리스신화로 치면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달의 신 아르테미스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불교용어사전)

<리그베다 선집>을 쓴 오플래허티(W. D. O'Flaherty)는 소마제의를 베다 신앙의 핵심으로 보면서 “우파니샤드에서 아주 기계적인 요가에 이르기까지 신비적인 인도의 관행은 전부 소마 식물에 의한 비젼을 대신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이것이 전체 인도종교의 바탕이 된다고까지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소마를 만드는 소마초로 마황, 대황, 대마초 등을 추정했으나, 1969년 뉴욕 모건은행의 부행장 출신의 민속식물학자 고든 왓슨은 고대 유라시아의 샤먼 세계에서 널리 쓰이던 광대버섯이 소마의 원료였을 것이라 주장했다.

독버섯인 광대버섯은 기생식물로서 유라시아의 침엽수림 곧 소나무, 전나무 특히 자작나무의 뿌리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마황과 대황, 대마초에 비해 광대버섯의 환각효과가 더 강하다. 광대버섯을 먹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직접 먹는 것과 일단 먹은 후 오줌으로 배출된 것을 다시 먹는 법이 있다. 고대 문헌에는 오줌을 통해 소마를 음용했다는 내용이 암시되어 있는데, 실제 시베리아 사람들은 광대버섯을 오줌 음용한다.

실제로 광대버섯은 소마를 일컬어 "꽃이 피지 않고 잎이 없으며 심지어 뿌리도 없다"는 고대 문헌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래서 오늘날 광대버섯이 소마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야생 광대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야생 광대버섯,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조로아스터교의 술 ‘하오마’]

고대 페르시아에서 신들에 대한 경배는 예배용 전례서 <야스나>에 따른 의식으로 치러졌다. 음식과 하오마(Haoma)라고 불리는 환각성 음료를 바치는 것이 신을 영접하는 의식이다. 이때 신을 찬미하는 시 낭송도 포함된다. 후에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이 된 <아베스타>의 ‘야쉬타’는 바로 이러한 찬양 시 모음집이다. 이렇듯 하오마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이용하는 술이다. 이 이름은 인도 신화의 소마에 해당하는데, 그래서 인도·이란 공통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믿음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오마는 하오마 풀을 짜 만든 술이라고 전해지지만, 실제 하오마 풀이 어떤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의 제사 의식에서는 석류 가지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술은 악마의 음료이며, 악신 아에슈마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하오마 만큼은 신성한 술로 특별시 되고 선신 아샤·와히슈타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오마 역시도 아예 신격화되어 중급 신 야자타로도 불린다. 이 신은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죽음을 멀리하며 자손 번성을 담당한다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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