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앗! 실수로 음식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경우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휴지로 싸서 버리거나, 아니면 얼른 집어서 먹는 것.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집어먹는 것을 선택한다. 음식이 떨어져도 최대한 빨리 집어먹으면 아직 오염되지 않아 먹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이런 속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일명 ‘5초의 법칙(five-second rule)’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5초 안에 떨어진 음식을 집어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황당하지만 실제로 이 속설이 사실인지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
[5초의 법칙, 진짜 사실이다?]
영국 버밍엄의 애스턴 대학교에서 이 5초의 법칙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있다. 미생물학 교수인 앤서니 힐튼과 그의 학생들은 토스트, 파스타, 기타 끈적거리는 음식들이 실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빨리 대장균과 기타 세균들이 바닥 표면에서 음식으로 이동하는 지를 관찰했는데, 박테리아가 바닥에서 음식으로 옮겨지는 데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5초의 법칙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박테리아를 옮기는 데 실내 바닥이 어떤 재질인지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가장 더러울 것 같은 카펫 재질 바닥이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음식이 떨어진 그 순간에 어떤 박테리아가 바닥에 존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맞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볼 때, 5초의 법칙이 전혀 신빙성 없는 미신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여자’들이 ‘쿠키’ 더 주워 먹었다]
이 5초의 법칙에 대한 연구로 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6주간의 인턴쉽을 했던 고등학교 3학년 질리언 클라크는 이 속설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대학 내 실험실, 기숙사, 카페테리아 등의 바닥을 샅샅이 조사했는데,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대장균과 같은 병원균은 수분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건조한 바닥은 매우 깨끗한 편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카펫이나 축축한 바닥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를 통제하기 위해, 측정된 많은 양의 대장균이 발라진 거칠거나 매끄러운 멸균 타일 위에 각각 쿠키와 젤리를 올려서 관찰한 결과에서는 세균이 5초 이내에도 전이되는 것이 목격되었다.
또한, 클라크는 흥미로운 관찰을 했는데, 그건 바로 여자들이 5초의 법칙을 더 잘 믿는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70%, 남성의 56%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고 답했다. 또한, 당연한 결과지만 사람들은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떨어뜨렸을 때보다, 쿠키와 사탕이 떨어졌을 때 더 잘 주워 먹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껌이나 아이스크림의 경우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이 연구로 클라크는 2004년도에 하버드대에서 엉뚱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절대 먹지 말 것을 조언한다. 설령 음식을 주워 먹더라도 씻어 먹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대장균 등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을 경우 발열, 설사 등 식중독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 물질을 섭취해서 일어나는 식인성 질병은 24시간에서 일주일까지 다양한 발병률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월요일에 주워 먹은 음식이 토요일에 증상을 일으킨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들, 그리고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아무런 건강 문제가 없고, 음식이 깨끗한 바닥에 떨어져 있다면? 누구도 당신을 평가할 수 없는 일이다. 음식을 얼른 집어먹든, 버리든 온전히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