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상공에서도 건강하게 식사하려면?
태평양 상공에서도 건강하게 식사하려면?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30 09:00
  • 최종수정 2019.12.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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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을 여는 식사 ‘기내식’, 칼로리부터 피하면 좋은 음식까지 총 정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기내식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맛을 떠나서 여행자들을 설레게 만들어 주는 식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행기 안의 그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찾는 ‘기내식 컨셉 식당’이 지상에도 존재할 정도다.

여행의 시작을 여는 식사인 기내식은 1919년 런던~파리 노선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초콜릿을 종이 상자에 넣어 승객에게 제공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현재와 같은 스타일의 기내식은 1936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기내에 ‘갤리(galley)’라는 작은 주방을 설치해 지상에서 미리 준비한 조리 음식을 데워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비건을 위한 채식부터 특정 종교인을 위한 할랄식까지 구성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기내식. 과연 그 칼로리는 얼마나 되며 기존에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지, 또한 기내에서 피해야 할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기내식이 조난 상황을 위해 준비된다는 건 낭설!]

기내식의 칼로리에 대한 유명한 속설이 있다. 바로 조난 상황을 위해 보기에 비해 매우 고칼로리라는 점. 인터넷에서는 기내식이 조난 당하기 전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열량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하는 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속설은 그저 낭설에 불과하다.

일반 식사와는 다르게 기내식에는 특수한 원칙이 존재한다. 제한된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승객을 위해 소화 흡수가 잘되는 식품으로 메뉴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좁은 비행기 안에 갇혀 있으면 운동량이 부족해서 소화 기능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저칼로리 식품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기내식의 칼로리는 대략 700~900kcal로 성인 1일 권장칼로리가 2000~2500kcal 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간 낮은 편이다. 모 항공사 관계자는 보편적인 기내식 열량은 표준 성인 1끼 기준과 비슷하며, 최근에는 오히려 그 칼로리가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기내식이 자극적이고 칼로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기압 때문이다. 비행 시 고도가 높아지면 압력에 의해 혈액 내 산소 수치가 낮아지면서 후각 수용체의 능력이 감소해 미각이 둔해지게 된다. 독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약 3만 5,000피트 상공에서는 미각의 70%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짠맛은 20~30%, 단맛은 15~20% 정도 느끼지 못했다. 따라서 지상에서와 같이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념이 필요하다. 만약 칼로리나 나트륨, 당분 섭취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탑승 전에 미리 저열량식 또는 저염식 등의 특별 기내식을 신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환자는 혈당 변화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내식은 제공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평소와 식사 시간이 달라 혈당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행 중 식단과 식사시간 변화, 활동량 감소 등으로 인해 혈당 조절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먼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여행 4~6주 전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태인지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좋다. 만약 혈당 조절이 너무 안 되는 경우라면 여행을 미루는 것이 낫다. 먹는 약이나 인슐린으로 혈당 관리를 하고 있다면 영문으로 된 진단서 및 약 처방전과 함께 충분하게 약을 준비한다. 인슐린 주사는 시차에 맞춰 투여 시간과 용량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여행 중에는 혈당 변화가 크기 때문에 자주 측정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는 기내식 준비가 늦어질 경우 저혈당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사탕, 초콜릿 등의 간식을 가지고 타는 것이 좋고, 응급상황 시 당뇨병 환자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환자 인식표도 소지해야 한다. 비행기 탑승 시에는 승무원에게 당뇨병이 있음을 미리 알리고 식사시간이 언제인지 미리 체크해 둔다. 기왕이면 기내식도 당뇨식으로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티켓 예약 시 당뇨식 신청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미리 신청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뱃속이 부글부글… 탄산음료와 술은 피해야]

기내는 지상보다 기압이 높기 때문에 신체의 감각이 떨어진다. 앞서 설명했듯이 압력이 낮아지면 미각이 둔해질뿐 아니라 위장 안 공기도 평소보다 20%나 부풀게 된다. 비행기만 타면 뱃속에 가스가 차서 괴롭다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뱃속에 가스가 차면 소화도 안되고 식욕도 떨어지므로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콜라, 맥주, 사이다 등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적게 섭취해야 하며, 오이, 콩류, 풍선껌 역시 복부팽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간혹 비행기 티켓값을 뽑아보겠노라는 결의(?)로 탑승 후 술을 연거푸 들이키는 사람이 있는데, 술 역시도 기내에서 삼가는 것이 좋다.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지상에서보다 2~3배 빨리 취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비행기 안은 지상보다 기압이 낮으면서 산소가 적기 때문에 술에 더 빨리 취하고 숙취도 심할 수 있다. 또한, 비행기 실내는 부품이 녹스는 것을 막기 위해 습도를 20% 정도로 낮게 관리하기 때문에 매우 건조한데, 술을 마시게 되면 탈수 증상이 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커피와 홍차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셔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