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알레르기? 기생충 감염 때문일 수 있다
개털 알레르기? 기생충 감염 때문일 수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27 11:00
  • 최종수정 2019.12.27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새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동물들, 하지만 그만큼 동물과 관련된 질환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것은 바로 알레르기 질환일 것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인 ‘알레르겐’이 우리 몸 속에 들어오면, 몸 속 비만세포가 이를 감지해 몸에 신호를 보내고 면역작용을 시작한다. ‘호산구’는 우리 몸에서 면역 역할을 하는 백혈구 중 하나로 염증부위로 이동해 적을 공격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작용이 몸의 정상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산구가 말초혈액에서 500개 이상 증가하는 '호산구증가증'이 발생할 경우, 조직 손상과 장기 부전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기생충이 호산구증가증 일으킨다]

알레르기 질환은 호산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이지만, 호산구증후군이 발생하면 우선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기생충이 호산구증가증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산구증가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은 개회충으로, 이름은 ‘개’회충이지만 개나 고양이의 소장에 사는 기생충이다. 개회충의 알은 개의 몸 밖으로 나와 흙에서 어느 정도 자란 후 사람 몸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아직 개회충이 사람 몸 속에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26일 "호산구 수치가 증가하면 기생충 감염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기생충은 개회충으로 개나 고양이의 회충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경우, 배설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없더라도 평소 소의 간을 날것을 즐겨먹거나, 사슴이나 자라 피를 복용하거나 흙이 묻은 채소를 잘 씻지 않고 먹은 경우에도 개회충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회충이 사람 몸에 들어와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간, 폐, 뇌, 안구에서 증상을 일으키거나 전신 감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회충이 간으로 이동하면 간수치가 나빠지고 CT 촬영이나 복부 초음파에서 호산구로 인한 고름 농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폐로 이동할 경우 기침, 가래, 각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로 가는 경우 중풍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안구에서는 시력저하나 실명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과호산구증가증, 장기 손상까지 일으킨다]

호산구증후군이 나타나면 절반 가량은 ‘과호산구증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과호산구증가증은 몸이 과도하게 호산구를 증가시켜 말초혈액에서 호산구가 1,500개 이상으로 증가한 경우를 뜻하며, 호산구가 몸 속의 장기를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주로 간, 폐, 심장, 피부 등에 큰 피해를 입는다.

호산구 숫자가 늘어나면 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호산구가 심장에 참범한 경우에는 아무런 자각 증상없이 조금씩 심장을 망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장기 손상이 많이 진행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양민석 교수는 "호산구 수치가 늘어나있는 과호산구증가증이 있는 경우 몸의 여러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병의 진행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생충,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단순한 개회충 감염은 구충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보편적인 구충제는 1~2일 가량 복용하면 되지만, 일반적인 복용으로는 개회충을 죽이기 어렵기 때문에 개회충에 감염된 경우는 5~7일간 치료해야 한다. 구충제를 복용한 후에도 호산구 수치가 감소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반복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만약 호산구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경우에는 이를 줄이기 위한 스테로이드 치료가 진행된다. 주로 천식에 사용하는 흡입 스테로이드와 비염에 사용하는 코 스테로이드 같은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가 효과가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만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표적치료제인 항 IL-5 항체를 사용한다.

백혈병과 같은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과호산구증후군 환자의 경우 골수검사를 통해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