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자기 전에 복용해야 효과 올라간다
혈압약, 자기 전에 복용해야 효과 올라간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30 11:00
  • 최종수정 2019.12.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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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심장저널(EHJ), 취침 전 혈압약 복용이 혈압 강하에 더 효과 크다는 연구 결과 보고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꾸준히 먹는 환자들은 보통 아침에 약을 먹는다. 고혈압 치료 지침에 특정 시간에 혈압약을 복용하라는 권장 사항은 없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아침에 약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자기 전에 혈압약을 먹으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EHJ)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자기 전 약 복용, 혈압 및 심혈관질환 위험 더 낮춰]

스페인 비고(Vigo) 대학의 라몬 에르미다(Ramon Hermida) 박사 연구팀은 혈압약을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24시간 평균 혈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혈관문제로 인한 질환 및 사망 위험 역시 크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08~2018년 동안 혈압약을 복용하는 18세 이상 남녀 고혈압 환자 1만9,0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히기아 시간치료법 연구'(Hygia Chronotherapy Trial)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한 것이다. 이는 참가자들이 무작위로 아침 또는 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매년 최소 한 번 이상 48시간 생활혈압(ambulatory blood pressure)을 측정한 것이다.

평균 6.3년간 참가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가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평균 혈압이 훨씬 낮았고, 밤에 수축기 혈압이 더 크게 떨어졌다. 밤에 혈압이 낮아진 정도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 역시 감소했다. 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은 아침에 약을 복용한 그룹보다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이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사망하거나 혈관재관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45% 감소했다. 또한, 환자의 나이나 성별, 당뇨병이나 신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의 유무, 흡연, 콜레스테롤 수치 등의 다른 인자의 영향을 배제한 후 자기 전에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 심장병이나 혈관의 이상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66% 감소했고, 심근경색 위험은 44%, 관상동맥 재관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40%, 심부전과 뇌졸중은 각각 42%, 49%나 감소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환자에게 적용은 의문... 추가 연구 필요해]

저녁에 혈압제를 복용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모든 일반 고혈압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일부의 의견도 존재한다. 보통 의사들이 환자에게 아침에 약을 복용하라고 권유하는 이유는 아침에 약을 먹는 것이 약을 빼먹지 않고 복용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며, 고혈압 약물이 이뇨제일 경우 야간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주 깨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가 약을 저녁에 먹도록 지시했을 때 15% 이상의 환자가 약을 덜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또한, 이번 연구가 가지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사실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모두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당 결과를 야간 교대 근무자들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는 것. 또한, 참가자들이 복용하는 혈압약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도 한계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적용이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저녁에 혈압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고혈압 환자 전체에게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약물 복용 시기와 관련해서는 담당의와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