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으려다 심장까지 잡게 생겼네
모기 잡으려다 심장까지 잡게 생겼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02 11:00
  • 최종수정 2020.01.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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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살충제가 심장병 사망 위험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 나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지긋지긋한 모기, 살충제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하지만 내심 한편으로는 이런 살충제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가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피레스로이드(pyrethroid pesticide)계 살충제’가 사람의 심장병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피레스로이드 살충제란 무엇인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국화과 식물인 ‘제충국’에 포함되어 있는 곤충을 마비시키는 성분인 ‘피레트린(Pyrethrin)’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이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독성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량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인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가정용 살충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농약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의하면 피레스로이드계열 살충제는 피부접촉보다는 먹거나 흡입했을 때 더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선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내분비장애물질로 지정하고 있으며, 살충제 내에 피레스로이드계열 성분인 퍼메트린과 알레트린의 함량은 각각 0.25% 이하, 0.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살충제가 심장병 위험과 연관이 있다]

최근 미국 의학협회 저널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수록된 연구에 의하면, 피레스로이드계열 살충제에 많이 노출될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의미있게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미국 아이오와대학 보건대학 바오웨이(Wei Bao) 역학 교수 연구팀이 1999~2002년 보건/영양조사(NHANES)에 참가한 성인 약 2천 명의 소변 중 피레스로이드 수치 측정한 자료에 의한 것이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2015년까지의 사망 기록을 분석한 결과, 피레스로이드 살충제 노출 최상위 그룹은 최하위 그룹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56%,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레스로이드 노출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해당 살충제가 뿌려진 과일, 야채 등 식품이나 정원에서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피레스로이드 살충제 노출이 심혈관질환 사망 원인이라는 증거가 될 순 없으며, 둘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의 ADHD 위험도 높일 수 있어]

피레스로이드계열의 살충제 노출이 아이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발달소아과 전문의 타니야 프릴리히(Tanya E. Froehlich) 박사 연구팀에 의하면,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에 노출된 아이들은 ADHD 발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8~15세의 아이들 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분석 결과 이 같은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피레스로이드계열 살충제 노출과 ADHD의 연관성은 여자아이보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변검사 상 피레스로이드 성분인 3-PBA가 검출된 남자아이의 경우 ADHD 진단율이 3배나 높게 나타났는데, 남자아이의 소변에 3-PBA가 10배 증가할 때마다 ADHD의 특징적 증상인 충동행동과 과잉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50%씩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피레스로이드계열 성분은 특히 숫쥐의 과잉행동과 충동행동을 유발하고 도파민 분비 이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ADHD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