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너무 자도 '병' 난다
잠이 보약? 너무 자도 '병' 난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03 14:00
  • 최종수정 2020.01.0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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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 교란이 폐 섬유증과 관련 있어… 적게 잤을 때보다 오래 잘 때 더 위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흔히 잠이 가장 큰 보약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과한 수면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면 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으면 폐 섬유증(pulmonary fibrosis)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맨체스터대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영국의 옥스퍼드대, 뉴캐슬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캐나다 토론토대 등의 연구진도 참여했고, 관련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수록되었다.

 

[폐 섬유증이란?]

폐 섬유증은 폐 조직이 손상되어 두껍고 딱딱하게 변하면서 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으로, 안타깝게도 현재 의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폐 섬유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섬유증은 특발성 폐 섬유증이라고 부른다. 폐 섬유증은 호흡 곤란, 마른 기침, 피로, 이유 없는 체중 감량, 근육과 관절의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폐 섬유증이 악화됨에 따라 점차 호흡이 짧아진다. 폐 섬유증은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기도 하고, 몇 일 또는 몇 주에 빠르게 악화되기도 한다. 석면, 실리카, 먼지와 같은 폐에 유해한 물질을 흡입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고, 방사선 치료 및 흡연도 폐 섬유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폐섬유증 발생, 생체시계 교란과 연관 있다]

연구팀이 'UK 바이오뱅크'의 등록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너무 길거나 짧은 수면 시간이 ‘폐 섬유증’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되었다. 수면 시간이 하루 11시간 이상이거나 4시간 이하일 경우, '생체시계(body clock)'가 교란되어 폐 섬유증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생체시계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수면,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등을 제어하는 신체 기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정상적으로 폐의 생체시계는 코와 폐를 연결하는 기도에 주로 분포해 있는데,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폐 섬유증이 있을 경우 생체시계의 진동이 폐의 허파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다만,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조작할 경우, 폐 섬유화 과정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같은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즉, 생체시계를 조작하면 폐 섬유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생체시계가 폐 섬유증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적게 자는 것보다 오래 자는 게 더 위험했다]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너무 적게 자는 사람보다 너무 많이 자는 사람이 폐 섬유증 위험이 훨씬 더 컸다는 점이다. 하루 7시간 수면을 정상으로 보았을 때, 정상 수면시간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잠을 4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폐 섬유증 위험이 2배 높았고, 11시간 이상 수면하는 사람의 경우 폐 섬유증 위험이 3배나 높았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야간 시프트 근무를 하는 사람의 경우도 폐 섬유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생체시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REVERB α' 단백질이 폐 섬유증 발병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EVERB α가 폐섬유증을 유발하는 콜라겐 단백질 생성에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연구팀은 폐 섬유증이 생긴 생쥐의 폐 조직에 이런 화합물 중 하나를 투여해 콜라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맨체스터 의과대학 존 블레이클리(John Blaikley) 박사는 "폐 섬유증과 수면 지속 시간 사이의 원인과 재현성을 입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이 과정을 거치면 수면 시간을 최적화해 폐 섬유증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