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쓰다 생긴 피부염, ‘이것’ 때문이었네!
화장품쓰다 생긴 피부염, ‘이것’ 때문이었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08 09:00
  • 최종수정 2020.01.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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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 유발하는 경로 발견해 화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화장품 때문에 피부염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격이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서 썼는데도 나에게만 유독 맞지 않아 피부 트러블이 생긴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로션이나 크림 등의 화장품과 더불어 바디워시, 샴푸, 치약 등의 생활용품이 피부 발진과 홍조, 두드러기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을 정확한 경로는 밝혀진 바가 없다. 화장품이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경로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 면역 반응 때문에 일어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이 하루 동안 바르는 화장품 종류는 평균 12종이며, 여기에는 대략 168가지의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흔히 ‘옻이 오른다’고 표현하는 피부 가려움과 발진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인 덩굴옷나무도 이러한 제품에 많이 들어있는데, 연구진은 이러한 성분들이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이는 의사의 처방 없이 쓸 수 있는 다수의 화장품류와 국소용 스킨케어 제품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다.

일단 화장품을 사용한 직후 피부염이 일어나는 이유는 화장품 속 특정 성분이 면역시스템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T세포’가 화장품 속 성분을 ‘외부물질’로 인식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되는데, 이 T세포는 아주 적은 양의 화학성분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때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성분은 스스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면역성의 단백질과 결합해 또 다른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이 T세포 활성화시킨다]

앞서 설명했듯이 피부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계의 T세포가 화학 성분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할 때 나타나는데, T세포가 이런 화합물을 탐지하려면, 분자량이 더 큰 고분자 단백질과의 화학 반응을 거쳐야 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이 작용이 벌어지는 메커니즘을 새롭게 밝혀낸 것인데, 연구팀은 표피 면역세포인 랑게르한스 세포(Langerhans cells)에 많이 존재하는 ‘CD1a’ 단백질이 이런 화학반응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D1계열의 단백질은 지질과 당질 항원을 T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CD1a 분석을 통해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12가지 화학물질을 확인했는데, 여기엔 피부 크림, 치약, 방향제 등에 많이 쓰이는 ‘페루 발삼’(Balsam of Peru)와 파르네솔(farnesol)이 포함되어 있다. 페루 발삼은 식물에서 추출된 천연 수지의 하나로 페루 발삼에 함유된 벤질 벤조에이트와 벤질 신나메이트가 주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한다. 또한, 아카시아의 꽃, 계피유 등에서 추출되는 파르네솔은 은은한 향이 있어 향료의 원료로 쓰는 액체 알코올 성분인데, 페이스 크림뿐 아니라 스킨, 치약, 향수 등의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미국 컬럼비아대 과학자들이 밝혀낸 이번 발견은 잘 낫지 않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컬럼비아대 의대의 안네미케 데용(Annemieke de jong) 교수는 "이러한 화학물질이 어떻게 T세포를 활성화하는지는 확인했지만, 알레르기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할지 단정짓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알레르기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그 억제 방법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와 관련된 논문은 현지시간 3일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저널에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