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구충제 항암? 임상시험 가치도 없다" 왜?
국립암센터 “구충제 항암? 임상시험 가치도 없다" 왜?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5:30
  • 최종수정 2020.01.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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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지난해 말, 때아닌 ‘구충제’논란으로 국내의 의료계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수많은 의료보건단체와 정부기관, 그리고 각자의 의건을 목청껏 소리치는 SNS채널들까지, 수많은 암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혼란스러운 기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에 대해 검증에 나섰던 국립암센터에서 ‘임상시험 가치도 없다’라고 단언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모습이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국립암센터의 입장을 알아보자.

사진제공: 국립암센터
사진제공: 국립암센터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과, 왜 부정할까?]

국립암센터측은 “인체 펜벤다졸의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대전제를 밝혔다. 사람의 몸은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항암치료 목적으로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 생길 부작용은 미처 예측하기도 힘들다. 특히 ‘아졸’ 계열의 약물은 다른 약제들과 상호 작용이 많기 때문에, 항암제와 함께 투약 시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학에선 기본적으로 약의 효과보다 그로 인한 부작용을 더욱 우선시한다. 효과가 있을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면 마이너스로 봐야한다는 의미다.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기생충 감염 치료를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한 경우에만 그 효과가 입증됐다. 게다가 동물조차도 이를 장기간, 또는 고용량을 투약했을 때에는 부작용 사례가 이미 많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벤다졸의 독성 연구는 없으며, 특히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고용량, 장기간 투약 시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아울러 펜벤다졸 유사체인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이 사람에서 허가받은 약이라고 해도, 역시 항암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장기 투여 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 김흥태 센터장은 “효과도 없을것이고, 임상자료, 세포 수준 자료도 미비하다”라고 단언했다.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펜벤다졸 제품, 사진출처: 아마존 웹사이트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펜벤다졸 제품, 사진출처: 아마존 웹사이트

[임상시험 요구 묵살, 제약사 이익 대변?]

또한 일부에서는 “왜 저렴하고도 효과가 좋다는 이 약의 임상시험을 막느냐”라며 정부기관이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찬 목소리도 있다.

국립암센터는 이에 대해 “센터 차원에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의료기관이나 제약사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적 원칙에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약 후보 물질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되려면 세포 및 동물실험 수준에서 충분한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돼야 하며, 이것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위해 정해진 연구윤리라는 설명.

또한, “아직 전임상 연구(세포 및 동물 연구)에서도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펜벤다졸을 임상시험을 위해 암환자에게 투약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비윤리적인 일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