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와인) 24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와인) 24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1.14 09:00
  • 최종수정 2020.01.1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세주의 피, 와인 이야기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원과 와인]

사실 포도주 역시도 유럽에서 주로 발달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맥주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수질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센물, 즉 미네랄이 과도하게 들어가 마시기에는 영 별로인 물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와인이 식사 시 고기와 유제품 등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말하자면 우리 식탁의 김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특성 덕에, 와인은 고대 로마의 주요 상품이었다. 자연히, 당시 로마의 식민지였던 프랑스, 스페인, 독일 남부에서까지 포도 재배가 이루어져 오늘날의 거대한 유럽의 포도 재배단지를 형성했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쇠퇴하고 중세로 접어들면서 경제가 쇠퇴하자 포도 재배와 포도주 거래도 주춤해졌다.

그 뒤 수도원을 중심으로 포도주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다. 교회 의례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12세기에 들어 십자군과 수도원의 활발한 활동으로 포도주 산업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십자군은 중동에서 새로운 종의 포도나무를 들여왔으며, 수도원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했다. 당시에는 인구에 비해 땅이 넉넉해했고, 수도원은 세금도 면제되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낙관적이었다. 이렇게 수도원은 남는 포도주를 판매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방법을 도입해 근대 와인 제조의 기초를 확립했다.

1679년에 오빌러 수도원의 수사인 ‘동 페리뇽’은 샴페인을 개발했고 이 시대부터 와인 병의 마개로 코르크가 사용되었다

 

[와인의 용도]

와인의 용도는 다양했다. 처음에는 신에게 바치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성경에도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의식, 축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 등에서 대화의 매체로 활용되었다.

포도주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역시 ‘최후의 만찬’일 것이다. 예수께서 잡히던 날 저녁에 제자들과 만찬에서, 그는 포도주를 마시고 사례한 후 이렇게 말한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해 흘릴 피니라. 너희는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

이는 실로 예수의 엄중한 명령이기에, 제자들과 그 후예인 성직자들은 지금도 전 세계 어디서든지 미사성체를 올리며 포도주를 마신다. 이것이 포도주가 본격적으로 종교 의식의 한 축이 된 상징적인 기록이다.

포도주는 순수 포도만을 발효하여 만든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낮고 향과 맛이 좋아 식사 때 늘 곁들였다. 특히 포도주는 알칼리성 음료로 산성화된 인체를 중화시켜 건강에 좋다. 또한 15~16세기 파리의 시립병원에서는 포도주를 강장제와 치료제로 사용했고 사람들도 술을 치료제로 믿었다.

그리스도, 작가 미상
'십자가를 지고 피땀을 흘리는 그리스도', 작가 미상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

인류는 오랜 시간 와인을 만들고 애용하는 과정에서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찾고, 다양한 맛의 와인을 만들어왔다. 현대까지 정립된 방대한 이론에서,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요인은 포도 품종이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으로 나눈다. 레드 와인은 적포도로 만들며, 떫고 텁텁한 맛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12~14%이나 반건조 포도로 만든 이탈리아 아마로네는 15~17%까지 간다. 화이트 와인은 잘 익은 청포도나 적포도의 껍질을 걸러내서 만든다. 순하고 상큼한 맛으로, 알코올 도수는 10~13%이다.

두 번째 요인은 포도를 생산하는 생산지이다. 생산지에 따라 밭의 고도, 토지의 경사, 일조량, 강의 유무, 숲의 유무 등이 다르므로 세분화해서 따진다. 대표적인 좋은 와인 생산지는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썅빠뉴가 있고 이탈리아에는 피에몬테, 토스카나가 있다.

세 번째 요인은 빈티지 곧 포도 수확시기이다. 그 이유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 등 주요 와인 생산국은 연도별 일조량 등 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요인은 누가 양조했느냐이다. 흔히들 말하는 ‘브랜드’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가장 많이 내거는 것이 바로 ‘샤토 ~~’와 같은 양조장의 이름이다. 각 양조장이나 장인의 비법에 따라 만든 고유의 와인은 같은 해, 같은 토양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했더라도 맛의 차이가 크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식전주, 전식, 본식, 식후 포도주 종류]

유럽의 정식은 보통 전식, 본식, 후식의 3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형태는 2종인데, 전식 두 가지, 본식, 후식의 4 코스인 경우가 있고 때로는 전식 두 가지, 본식, 후식 두 가지인 5 코스일 때도 있다. 대체로 후식 후에는 커피와 과자를 먹고 마지막으로 꼬냑 등 식후주를 마시기도 한다.

이때 식전주, 전식, 본식, 후식에 나오는 포도주의 종류가 각각 다르다. 보통 식사하기 전에 식전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후 식당으로 가 테이블에 앉는다. 전식, 본식, 디저트에 따라 마시는 와인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자리에는 네 종류의 잔이 놓여져 있다. 물잔, 레드와인 잔, 화이트와인 잔, 포르토 와인이나 쏘테른 등 후식주를 마시기에 좋은 작고 짧은 다리의 잔이 그것이다.

식전, 본식, 식후에 마시는 와인을 각각 아페리티프 와인, 테이블 와인, 디저트 와인이라 부른다. 식전주로는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신맛이 나며 달지 않은 제법 도수가 있는 세리 와인 등을 마신다.

본식주는 음식과 같이 마시는 와인이다. 함께 마시는 포도주의 맛에 따라 음식 맛도 다르게 느껴지므로, 식사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맛을 지닌 포도주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고기 요리에는 적포도주가 잘 어울리고, 담백한 맛을 내는 생선요리에는 백포도주를 내놓는다.

식후주는 디저트와 같이 마시는 와인으로, 포트(porto)나 쏘떼른 같이 단맛이 나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몬첼로 등 독한 과실주로 식사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 뒤 식탁에서 물러나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눌 때는 보통 꼬냑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스페인의 셰리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은 유명한 주정강화와인이다. 일반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도수를 높인 것이다. 이는 영국으로 수출할 때 중간에 포도주가 시는 걸 막기 위해 독주를 약간 섞은 데서 유래되었는데 이후 그 독특한 맛으로 포도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게 된 술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