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는 왜 이국종에게 모욕을 주었나
상급자는 왜 이국종에게 모욕을 주었나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1.15 09:30
  • 최종수정 2020.01.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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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주대 이국종 사태, 그 기저에 깔린 실태

[헬스컨슈머]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외과의상계의 대표주자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이야기로 논쟁의 열기가 뜨겁다. ‘의인’ 이국종 센터장, 어째서 그는 이렇게 모욕을 당해야 했을까? 아주대 의료원장은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좌)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 (우)이국종 아주대 교수, 사진제공: 아주대학교 병원
(좌)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 (우)이국종 아주대 교수, 사진제공: 아주대학교 병원

[‘정의로운’ 의사, 그리고 그를 비난한 의료원장]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의료원장과 닥터헬기와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갈등하며 심지어 욕설까지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매체가 밝힌 녹취에 따르면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인간같지도 않은”, “나랑 한판 붙을래 너?" 등의 욕설을 했다. 또한 이교수의 “아닙니다, 그런 것…”이라는 작은 목소리도 담겨있다. 수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견 보면 욕설을 한 상급자가 당연히 잘못한 일이고, 대부분 그에 동조하고 있다. 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할 의사에겐 동료 의사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등한시하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급자를 비판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의료계 내에서는 왜 의견이 갈리는 것일까?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의인, 그를 지탱하는 수많은 다른 의사들]

논란의 핵심은 바로 ‘수익성’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의료보험 국가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 속에서 이러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거지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효율성’이다. ‘살릴 수 있는 병’, ‘대다수 사람들이 해당되는 질병’, ‘합리적으로 운용되는 기금’을 모토로 움직이는 만큼 소외되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상의학과 중환자의학, 즉 이국종 교수로 대표되는 ‘돈 안되는’ 분야이다.

외상의학과 중환자케어는 통상적인 의료비로는 불가능하다. 통상적인 환자보다 인력과 장비, 그리고 약품이 수 배에서 수십배까지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이러한 경우를 따로 보장해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한 부분은 낱낱히 들어 예산을 삭감한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다른 간단한 환자 수십명을 커버한다. 그것이 바로 ‘합리적인 자금 운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삭감된 액수는? 병원이 메꿔야 하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가 소극적인 아주대 병원보다도 정부부처의 재정 삭감을 더욱 날선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돈독 오른’ 이들이 외상센터를 책임져주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의롭게 환자들을 살려낸다면 어떻게 될까?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된다. 아주대 외상센터에서 이 교수가 그렇게 부르짖는 ‘인력 충원’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미 매해 평균 적자가 10억에 육박한다.

이국종 교수가 정말로 대단한 점은,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본인의 헌신만으로 오롯이 버티고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관이 막혔다고 사람이 물을 대신 퍼나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그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40대의 나이에 이미 한쪽 눈이 실명될 정도로 몸이 부서져라 뛰어도 결국 현상 유지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홍보 효과가 있지 않냐고? 그가 유명해질수록, 더욱 많이 헌신할수록 몰리는 것은 외상/중환자들이고, 그럴수록 병원의 비용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인력은 이국종 교수의 헌신으로 어떻게든 메꿔지지만, 그 막대한 적자는 별 방법이 없다. 이국종 교수가 만들어내는 막심한 재정적 손실은, 대중이 ‘돈독 올랐다’라고 비난하는 수익성 높은 분야의 의사들이 벌어와 메꿔진다. 사실 대중에게 '적폐'라고 비난받는 이들이 대중을 위한 헌신을 한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일개 의사가 아니라 ‘의료원’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의료원장이 내뱉은 욕설의 기저에 어떤 의미가 깔려 있었을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무엇을 포기하느냐, 선택의 문제]

이국종 교수의 희생은 너무나 숭고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되고, 그것을 다른 의사들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환자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의 희생이 당연시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며칠간, 이 외에도 병원이 권역외상센터에 침상을 내주지 않는 등 운영 전반에 대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정부는 올해 다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손익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연구용역에서는 환자 1인당 평균 145만 8784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나왔다. 과연 올해의 결과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재정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부담 역시 늘어난다. 국민의 부담을 늘일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보험의 영역을 축소해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느냐,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부득불 축소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지금과 같이 특출난 개인들의 희생을 기대하느냐. 무엇이 옳은지, 역사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