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정상세포로 바꾸는 실마리 밝혀져
암세포, 정상세포로 바꾸는 실마리 밝혀져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20.01.16 17:00
  • 최종수정 2020.01.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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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인간의 몸에는 30조 개의 세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세포들은 세포주기에 따라 합성과 분열이 일어나고, 손상되거나 노화된 세포는 스스로 사멸하게 된다. 이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죽어야 하는 세포가 계속 늘어나 문제]

하지만 어떤 세포는 사멸할 때가 됐음에도 끊임없이 분열과 변이를 반복해 살아남는다. 바로 암세포다. 암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세포의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증식을 반복하고 주변 영양분과 산소를 빨아들이기 위한 혈관만 늘린다. 이것이 다른 조직이나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 흔히 이라고 부르는 악성종양이 되는 것이다.

암을 치료하기 원리는 간단하다.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세포는 방사선이나 약물 등으로 죽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정상적인 세포들까지 죽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암은 대한민국 국민 사망원인 1위를 10년 넘게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암세포, 죽이지 않고 바꾼다]

하지만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것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변환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암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꾸는 핵심 유전인자를 연구했다. 그 결과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이라는 유전인자를 억제하자 정상적인 대장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나타났다.

이로써 SETDB1이라는 유전인자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뀌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KAIST와 삼성서울병원의 합동 연구에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해 만든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기존 부작용 없애는 등 삶의 질 개선 기대]

연구팀은 이 기술로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주로 이루어지는 항암치료는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 요법이 가장 보편적인데, 정상적으로 분열하는 세포까지 사멸시켜 탈모와 골수 기능장애, 구토, 설사, 무기력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지만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다시 정상세포로 돌려놓는다면 기존에 나타나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암 환우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오랜만에 반가운 기사라며 하루 빨리 상용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광현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나타난 것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면서 "암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잘 관리하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