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라벨만 믿지는 말아라
유기농 라벨만 믿지는 말아라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5.29 14:47
  • 최종수정 2019.11.0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더 비싼 제품을 살때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헬스컨슈머]내가 먹는 음식이니까, 또는 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니까, 우리는 ‘더 좋은 것’을 사려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기농 식품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유기농 제품은 일반 제품의 120%이상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우리가 이처럼 비싸게 값을 지불하고 사는 유기농 식품들은, 정말로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유기농 제품이 기생충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고 생활환경이 현대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선 기생충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들어 유기농 채소를 선호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생충 감염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생충 감염은 기생충의 알이 묻은 채소를 깨끗이 씻어 먹지 않거나 오염된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은 강아지나 고양이의 대변 등이 버려진 곳에서 흙장난을 하는 등의 케이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함께 농약의 사용이 일반화되며 기생충은 먼 옛날의 이야기로 잊혀져가는 듯했지만, 유기농 식품의 대두로 인해 이것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화제가 된 케이스에서는, 44세 남성이 20000마리 이상의 왜소조충(Hymenolepis nana)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는 평소에 유기농 음식들을 많이 섭취하곤 했다고 한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감염의 정도가 상당히 심했던 점이나 식습관 등을 통해 유기농 식품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살충처리 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에는 왜소조충의 유충에 감염된 밀가루 벌레 등 다양한 곤충이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충분히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는 갖춰진 셈이다.

(출처: Heavy Hymenolepis nana Infection Possibly Through Organic Foods: Report of a Case)

결론적으로 말해, 유기농 식품들이 모두 기생충으로 위험하다는 명제는 성립하기 어렵다.  다만 개별적으로 '운이 나쁜' 케이스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유기농 식품이라도 깨끗하게 씻어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농 식품, 항상 우수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높은 가격과 기생충 감염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뚫고 섭취한 유기농 식품은 우리에게 그 만큼의 영양적 이득을 줄 수 있을까?

정답은 아쉽게도 ‘항상 그렇지는 않다’이다. 2009년 영국 런던 위생 및 열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지난 50년간 발표된 논문 55편을 분석한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였다. 또한 2012년 미국 스탠퍼드 의학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메타분석에서도, 지난 40년간 유기농과 일반 식품을 비교한 논문 237편을 분석한 결과 위와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생산자와 생산지를 확인하는 등, 당신의 장바구니에 담긴 유기농 식품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해질 것을 추천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친환경' 라벨, 과신하지는 말자]

유기농법이 꼭 절대선은 아닐 수 있다. 최근 ‘유기농법이 재래식 농법보다 더 넓은 경작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는 국제협동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숲과 물을 더 많이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에는 스웨덴 샬머스 과학기술대를 포함해 미국 프린스턴대와 독일 훔볼트대, 프랑스 국제환경발전연구센터 연구진이 참여했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이, 이 역시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농약을 쓰지 않고 숲과 물의 오염을 막는 것, 그리고 농약을 쓰되 더 적은 숲과 물을 소비하는 것. 이 둘중 어느것을 선택할지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다.

 

[마지막 질문]

뉴욕 대학교 영양학 교수이자 <식품의 정치>의 저자 매리언 네슬은 ”보기 좋고 비싼 유기농 사과를 살 돈이 없다 해도, 농약이 두려워서 영양가 높은 농산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건 좋지 않다, 과일과 채소는 유기농이든 아니든 건강에 좋다”라고 설명했다.

유기농 식품 생산은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향이 있다. 농장에서 보통 유기농 작물 생산에 노동력을 더 많이 투입하며, 유기농 재료와 종래의 재료를 구분하는 일도 필요하다.

물론 이처럼 많은 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비싼 데는 논리적 이유가 있으며, 비양심적인 일부를 제외한 많은 우수한 농업인들이 자신의 사명을 담아 멋진 유기농 농작물을 생산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되물어보자, 당신이 그 '일부'의 것을 선택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