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황사, 일본은 꽃가루… 봄철의 공포
한국은 황사, 일본은 꽃가루… 봄철의 공포
  • 최유진 일본 도쿄 특파원
  • 기사입력 2020.03.02 09:00
  • 최종수정 2020.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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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해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면 황사나 꽃가루에 관한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봄철이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더 큰 몸살을 앓곤 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가까운 일본이다.

꽃가루가 뿜어져나오는 삼나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꽃가루가 뿜어져나오는 삼나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도쿄를 강타한 꽃가루 알레르기와 주요 요인]

봄철 일본을 강타하는 꽃가루의 양은 환경 재앙이라 칭해도 무방한 수준으로, 한국의 매스컴에서 미세먼지의 상황을 보도하는 것과 같이 일본에서는 꽃가루의 농도도 매스컴이나 휴대폰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의 수는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약 10년 전의 조사에서 이미 일본 국민 전체의 무려 26.5%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이 밝혀졌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를 거듭해 현재는 전국민의 약 3분의1이 알레르기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 많이 존재하는 식물들 중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만한 것들로는 약 60종이 보고되어 있는데, 이 재앙에 가까운 범위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식물로는 1940~1960년대 전쟁 후 도시건설 등의 이유로 인해 일본 전국에 대량으로 심어진 삼나무가 지목되고 있다.

 

[알레르기의 증상과 시기]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가장 흔한 증상은 코와 눈의 질환이다. 먼저, 꽃가루가 코에 들어가 콧속의 세포에 달라붙을 경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히스타민, 류코트리엔 등의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콧속의 신경을 자극하여 재채기를 유발하고, 또 콧속 분비샘을 자극해 콧물이 멈추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혈관 확장의 원인이 되어 코가 막히고, 드물지만 심한 경우 코피가 나기도 한다. 눈의 염증도 같은 원리로 진행되어, 자극을 받은 신경과 분비샘이 눈의 가려움, 눈물의 원인이 되고, 혈관 확장으로 눈이 충혈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꽃가루 알레르기는 몸의 과잉 면역 반응에 의한 것으로, 꽃가루를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로 인식한 몸의 보호 반응이 그 원인인데, 이때문에 노년층보다 몸의 면역 체계가 활발한 젊은 층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시기적으로는, 삼나무의 꽃가루가 한창 많이 분비되는 2월~4월이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이다. 일본 정부는 공기중에 섞여 있는 꽃가루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꽃가루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 식물들의 월별 꽃가루 생산량 분석(위부터 오리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색이 붉을수록 꽃가루의 양이 많음을 의미한다. 자료제공: 일본 ssp 홈페이지

삼나무는 아침에 꽃을 피워 가루를 내뿜는데, 그로 인해 하루 중에서는 정오 시간대가 도심에 가장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간대가 된다. 숲에서 도시까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온 꽃가루는 정오 12시쯤 가장 많이 흩날리다가, 잦아드는 시간을 거쳐, 저녁 6시쯤이 되면 기온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기류를 타고 다시 공기중에 섞여든다.

일본의 하루 중의 시간대별 꽃가루 양 분석표, 자료제공: 일본 allegra

[마스크, 약, 안경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봄만 되면 알레르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여러가지 상품들도 쏟아져 나온다. 가장 흔한것은 물론 마스크이지만, 그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제약회사마다 앞다투어 알레르기용 약을 내놓으며, 눈의 염증을 막기 위한 안경까지 출시되는 형편이다.

꽃가루를 최대 98%까지 막아준다는 일본의 알레르기 환자용 안경, 자료제공: jins사 홈페이지

일본 내에서는 삼나무를 모두 벌목해 버리자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산림 환경 문제, 산림 소유자의 허가 관련 문제,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이러한 해결책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국가의 질병관리 대처 능력이 특히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이웃 나라로서 참으로 궁금해 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