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바이러스) 2
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바이러스) 2
  • 박치영(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대표원장, 대전대 한의학 겸임교수, 중부대 피부미용학 외래교수)
  • 기사입력 2020.03.05 09:00
  • 최종수정 2020.03.17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사마귀의 한의 치료

[헬스컨슈머]전 세계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인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폭발적인 감염자 증가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풍경은 분명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풍경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눈·코·입 등의 점막으로 침범되면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후 약 2~14일(추정)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과 폐렴이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는 사스(SARS), 메르스(MERS-CoV)에 비해 치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역학 통계는 지금의 상황이 종결된 이후에 명확해질 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신종바이러스의 하나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를 유전체(genome)로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구조는 일반적인 생물의 고유한 속성과는 분명 다르다.

 

[바이러스 발견의 역사]

바이러스는 독(poison)을 뜻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되었다. 바이러스의 존재는 19세기 후반에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병을 일으키는 작은 미생물은 세균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균보다 작은 어떤 액체(fluid) 혹은 입자(particle)가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세균보다 작은 것은 독(poison)일 것이라 추측하였기 때문에, 세균보다 작은 전염성 병원체를 독, 즉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1892년 러시아의 디미트리 이바노프스키(D.lvanovski)에 의해 최초로 그 실체를 의심받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1931년 독일의 물리학자 에른스크 루스카에 의해 전자현미경이 개발되면서 인류에게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명의 하나로 꼽히는 전자현미경의 개발로 바이러스의 실체가 규명되었고 백신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 발견의 역사는 오랜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 인간 유골의 유전체 분석에서도 바이러스 흔적이 발견되고 있는 것처럼, 인류와 바이러스는 훨씬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지구의 주인은 인류가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감염의 과정은?]

바이러스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라지 못하고,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 등 다른 생명체에 들어가야만 살아갈 수 있다. 바이러스의 이런 증식 작용은 세포를 파괴하여 병을 일으키며 우리는 이것을 ‘감염’이라 부른다.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가 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피부질환을 오랜 기간 치료해 왔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러스 질환인 ‘사마귀’다.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사마귀는 신체 발생 부위와 특징에 따라서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사마귀는 가장 흔한 유형인 HPV바이러스 2, 4, 27, 29형이 원인이며, 편평 사마귀는 HPV바이러스 3, 10, 28, 49형에 의해 발생한다. 손발바닥 사마귀는 HPV 1형에 의해 발생하며 그 외에도 2, 4, 27, 29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성기와 항문에 발생하는 사마귀인 곤지름은 HPV 6, 11, 16, 18, 31, 33-35, 39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 중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곤지름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과의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유두종바이러스 역시 일부의 아형들을 제외하고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서양의학적인 사마귀치료는 대증치료, 즉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대응하는 방식 집중하고 있다. 레이저와 냉동치료로 대표되는 서양의학적인 치료는 사마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마귀 부위의 각질을 강제적으로 떼어내며 바이러스의 제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레이저와 냉동치료는 운이 좋으면 사마귀를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재발이 되는 것이 우울한 현실이다. 그리고 시술시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시술 부위에 영구적인 흉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이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법]

물론 한의학 입장에서도 항바이러스제는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부정거사(扶正袪邪, 정기를 도와서 사기를 물리친다)라는 고유한 개념으로, 사마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확실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려 400년 전에 편찬된 동의보감에도 그 치료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서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그만큼 동의보감의 가치성이 인정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400년의 기록, 물론 그보다 긴 세월 속에서 한의학적 피부 치료법은 확실하게 사마귀를 치료해왔다. 이는 한의학적인 치료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제거해왔다는 의미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한약, 침, 뜸으로 대표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의학적인 치료는 레이저나 냉동치료로 발생하는 흉터 걱정이 전혀 없는 무척 안전한 치료를 의미한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전신 면역 개선 치료

첫째, 전신적인 면역 개선을 위한 치료다.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인체 전반적인 면역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신의 혈액순환, 림프순환을 개선하여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인체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약의 복용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침이나 뜸도 인체 전신의 면역을 개선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강력한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한약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한약이 개발되는 중이다. 특히 한약 특유의 맛과 향을 개선한 증류 한약은 아이들의 사마귀 치료에 혁신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피부 면역 개선 치료

둘째, 사마귀가 발생한 피부에 직접적으로 시술하는 면역 개선을 위한 치료다. 이런 방식은 사마귀 부위에 직접적인 침치료와 뜸치료, 약침치료를 시술한다. 이러한 시술은 정기적인 내원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1회 혹은 2주에 한번 정도 내원하여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한의학적인 사마귀 바이러스 치료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비용 부담이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나마 한의학적인 사마귀 바이러스 치료가 좀 더 널리 알려지고 국가적으로 제도적인 혜택이 적용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한국을 넘어, 전 인류에게 한의학적인 사마귀 바이러스 치료가 대안적인 치료가 아니라 보편적인 치료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