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땐 소주로 소독, 괜찮을까?
급할땐 소주로 소독, 괜찮을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3.04 15:36
  • 최종수정 2020.03.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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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강지명
제작: 강지명

[헬스컨슈머]술을 즐기는 주당들은 농담조로 ‘소주로 몸 소독시켜준다’라며 음주를 정당화하곤 한다. 실제로 과거 인류는 전쟁터에서 소독약 대신 독한 술로 상처를 소독했다는 기록도 많으며,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독제 품귀 현상을 해결하고자 부산에 위치한 주류 회사가 소주 제조용 알코올 32톤을 손 소독제로 활용해달라고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급할 때 소주로 소독해도 될까? 엄밀히 말해 일반 소주는 살균 효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 소주의 도수는 일반적으로 20% 수준으로 소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다소 도수가 높은 40도 수준의 위스키도 물 소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즉, 주부들이 가끔식 도마를 소주로 세척하는 것 역시 전혀 무의미한 행동이다.

소주든 위스키든, 식용 목적으로 제조된 것이라면 오히려 함께 첨가된 당분 등의 성분으로 인해 세균이 증식하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에틸알코올=에탄올 기준)이 항균, 소독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도수가 60~80% 수준이어야 한다. 또한 알코올 농도가 높다고 소독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알코올 소독의 원리는, 해당 성분이 세균의 세포내 단백질을 응고시켜서 죽게 하는 것이다. 70~80%의 농도에서는 알코올에 세균의 세포 안으로 서서히 효과적으로 진입이 가능한데 반해 그 100% 가까운 고농도의 알코올에 갑자기 접촉된 세균은 생체 보호막(bio-film)을 만들어 알코올의 침투는 막아 버리기 때문에 세균을 죽일 수가 없다.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손 소독제에 한해 95% 에탄올 발효 주정을 기원으로 하고 규격 시험에 통과한 경우 ‘식음용 무변성 에탄올’을 소독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고시했다. 해당 조치로 인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업체들의 난항이 조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힘을 모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하루빨리 극복할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