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심리적 거리 좁히기’
사회적 거리두기? ‘심리적 거리 좁히기’
  • 박신안 기자
  • 최종수정 2020.03.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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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는 두되, 심리적 거리는 좁히자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정서의 안정’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사회적 거리 두기가 화두다. 외출 자제와 약속을 비롯한 회식과 각종 모임의 취소, 학교에서의 개학·개강 연기, 텅 빈 영화관 등이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앞장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계속해서 거리를 두면 몸의 건강은 충분히 지킬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심리도 건강해질까?

 

[사회적 거리]

단순히 코로나19 문제가 아니라도, 사회적 거리는 사회학에서 1924년부터 사용돼온 꽤 오래된 개념이다. 사회학에서 사회적 거리는 ‘사회적, 개인적 관계를 특징짓는 친밀도와 이해의 정도를 측정 가능하게 만든 용어’라고 규명했다. ‘거리’의 개념을 친밀감이나 적대감이라는 인간감정에 도입, 친밀도의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또 개인뿐 아니라 인종, 성별, 사회계급 등 집단 간 친밀성을 사회적인 거리로 분석했다.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심리와 사회성에 밀접한 개념이다.

 

[심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인간은 자아를 가지고, 자아는 심리적인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자신만의 세계'가 그것이다. 심리적 거리는 그 ‘세계와 세계의 거리’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체생활과 공동체생활이 익숙해 다른 문화권에 비해 심리적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그리고 이는 주의해야 할 점이다. 개인의 자아가 뚜렷해지기 전, 또 심리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타인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건 자아경계선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건전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전에 벌써 타인과의 관계에 얽혀, 지나치게 공동체생활이나 인간관계에 목을 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독립적인 가치관이 생겨 주관을 가져야 하는 시기에 이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오지랖'의 개념이 결코 좋지 않다는 걸 뜻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심리적 방역, 거리 좁히기의 시작]

글의 논지는 심리적 거리두기를 지향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심리적 거리는 둬야 한다는 의견엔 변함이 없지만, 현재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시점에선 시선을 살짝 틀어야 한다.

최근 '심리적 방역'이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리적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해 쓰는 단어다. 자가격리가 끝난 사람들 중에는 사람들의 눈총이 무서워 심리적으로 위축돼 예전만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사례도 있다. 또 같은 동네에 확진자가 나오면 혹시나 하는 걱정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불안감이 두통이나 소화불량 같은 통증이 있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심리적 방역을 위해 자가격리된 사람들이 본인 집의 베란다로 나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활동이 생기고 있다. 이는 결코 심리적 거리를 두는 행위가 아니다.

현재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약 30%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활동이 극도로 자제되고 있는 이때, 앞서 말한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혼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개인의 입장에선, 심리적 거리는 어떻게 좁혀야 할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흔한 의견일 수 있겠지만 가족과 친구, 지인과의 대화는 큰 힘이 된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은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무력감에 빠져 혼술을 하는 횟수가 늘 수 있는데, 이는 좋지 못한 선택이다. 혼자서 음주를 하면 쉽게 자제력을 잃어 알코올에 의존하게 돼 반복해서 술을 마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와 같은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술을 원하더라도 혼자보단, 둘 혹은 여럿이서 마시는 게 좋다. 술집에 가는 것이 꺼려진다면 일정을 잡아 개인 자취방에서 모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주위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는 것도 좋다. 통화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도 된다. 짧게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심리적 거리 좁히기의 핵심은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정서의 안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대화를 하면 나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좋은 영향이 간다.

무작정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자발적으로 우리의 감정까지 자가격리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심리가 위축되면, 심리적 거리 좁히기를 통해 건강한 심리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