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범위 확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범위 확대
  • 박신안 기자
  • 기사입력 2020.03.23 16:06
  • 최종수정 2020.03.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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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공포…9월부터 시행
'역학적 상관관계' 확인 돼야 피해자 인정
사진제공: 환경부
사진제공: 환경부

[헬스컨슈머]가습기살균제의 피해 범위가 확대되고 제조업과의 소송에서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완화된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개정안이 오는 24일 공포 후, 6개월 후인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가습살균제 피해인정범위가 확대된다는 내용이 우선 명시돼있다.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 후 악화된 피해도 포괄적으로 인정, 현행법에서 구제받지 못했던 사례도 개별적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은 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기관지확장증, 아동·성인 간질성 폐 질환 등 특정한 피해질환을 앓는 경우에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그 제한을 두지 않아 폭넓은 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비특이성 질환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줄어들면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쉬워진다. 비특이성 질환은 식생활습관, 가족력, 직업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폐렴, 천식, 기관지확장증, 간질성 폐 질환 등이 해당된다.

또 비특이성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줄어든 반면, 기업의 반증 책임이 강화된다.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후 질환이 발생한 피해자의 노출과 질환 발생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경우 피해자로 인정한다. 역학적 상관관계란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질환에 걸린 비율이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걸린 비율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밝히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실 질환이 발생·악화된 사실 노출과 질환 발생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사실 3가지 요건을 입증하면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피해구제대상을 확대하고 소송에서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요건을 완화해 가습기살균제로 장기간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서는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구제계정을 받던 2,207명이 법 시행 후 모두 구제급여 수급자가 된다.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구제급여 대상자와 달리 건강피해인정을 받지 못해 소송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피해구제체계 개편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화된다. 장해급여를 신설해 건강피해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남은 피해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또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구제자금의 고갈 우려가 있을시, 책임 있는 기업에 추가분담금을 부과한다.

환경부는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환경부에서 조사·연구 및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을 올해 안에 고시할 예정이다. 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후두염, 비염, 기관지염 등 역학적 상관관계가 규명되는 질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피해구제를 강화하고, 소송에서의 입증책임를 전향적으로 완화한 법안으로 가습기살균제로 고통을 겪는 분들이 정부의 구제를 받고 소송에서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더 도와드리고자 하는 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