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5)
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5)
  • 김정완(탈무드 원전연구소 소장)
  • 최종수정 2020.03.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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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그리고 '파레베'

[헬스컨슈머]우리는 어떤 음식도 몸에 해롭지만 않으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반면 유대인들은 육류, 어류, 조류에 이르기까지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먹어도 되는 음식이 철저히 구별돼 있다. 코셔 율법은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계명 중 하나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시니까 지키는 것이지, 코셔 율법에서 정하는 음식들이 건강에 좋아서 지키는 게 아니다.

랍비들은 코셔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명령이니 지킨다는 것이 랍비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코셔 율법은 건강보다는 믿음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단, 예외적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위험을 벗어날 때까지는 코셔가 아닌 음식이라도 섭취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코셔 조류, 그리고 알]

육류와 어류에 이어서 이번에는 조류이다. 유대인들이 섭취 가능한 새는 따로 있다. 레위기 11장 13-19절에 그 종류가 기록돼 있다. 독수리, 매, 솔개, 올빼미, 박쥐와 같이 주로 육식을 하는 새들로 이들 대부분은 맹금류다.

성경은 코셔가 아닌 조류만 나열할 뿐, 코셔 조류의 특징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미쉬나에는 그 특징이 적혀 있다. 코셔 조류는 모이주머니, 모래주머니, 며느리 발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기관들을 가진 조류들은 주로 곡식 낱알이나 풀을 쪼아 먹고 산다. 대표적으로 닭, 칠면조, 비둘기, 집오리, 메추라기, 꿩, 거위 등이다.

조류의 부산물인 알 중에서도 코셔 조류가 낳은 알만 코셔로 인정된다. 따라서 맹금류가 낳은 알은 코셔가 아니라서 유대인들은 먹을 수 없다. 또한 가끔 계란 등에 핏방울이 맺힌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계란 자체는 코셔라 하더라도, ‘피를 함께 먹어선 안 된다’라는 계명에 위반되기 때문에 코셔로 인정받지 못한다. 유정란의 경우는 닭고기와 같은 고기로 취급되고 부화 가능성이 있어서 섭취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건강한 닭이 낳은 무정란만 코셔로 인정받는다. 달걀 성분이 들어가는 마요네즈 같은 경우에도 달걀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파레베란 무엇인가]

코셔 난(卵)류는 코셔 율법에서 특별히 파레베(pareve, פארעוו)로 분류된다. 파레베는 코셔 율법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기 때문에 생겨난 식품 분류 항목이다. 말하자면 스테이크에 버터기름을 끼얹는 것은 금지된다.

파레베는 중립식품이라는 의미로, 육류도 아니고 유제품도 아니어서 육류 또는 유제품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통칭한다. 예를 들면 파레베에 속하는 계란은 고기 또는 우유와 함께 먹어도 괜찮다. 파레베에는 땅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수산물·물·소금 등을 포함한다.

율법을 꼼꼼히 지키려고 애쓰는 유대 정통파의 경우, 코셔 조류와 난류가 파레베일지라도 유제품과 함께 먹는 것은 삼간다. 심지어 같은 식탁에 차려지는 것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식탁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은 식탁에서 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먹어선 안 된다. 새의 고기를 육류와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