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당뇨병, 획기적 치료법 나올까
소아 당뇨병, 획기적 치료법 나올까
  • 박신안 기자
  • 기사입력 2020.03.27 16:33
  • 최종수정 2020.03.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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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뚜렷한 치료법 없어…새 치료 신호탄
'IRE1-알파' 유전자 억제로 연구 진행
사진제공: 게티이지뱅크

[헬스컨슈머]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소아 당뇨병(1형 당뇨병) 치료에 췌장 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면 개선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소아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T세포(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손상돼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중 포도당의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인슐린이 아주 조금 분비되거나 아예 분비되지 않는다. 25세 이전에 갑자기 발생하며 고혈압, 뇌졸중, 녹내장, 신경 손상 등의 합병증에 쉽게 노출된다.

현재 전 세계의 1형 당뇨병 환자는 약 2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치료법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혈당 수치를 관리하는 것뿐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췌장 베타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IRE1-알파' 유전자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를 억제하면 T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인슐린 분비도 원활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초기에 1형 당뇨병에 걸린 생쥐의 베타세포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하면 병세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T세포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에 유전자를 제거하자, 처음 몇 주 동안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고혈당이 나타나다가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베타세포는 전구세포로 변했다가 성숙 상태로 복원하는 두 차례의 분화를 거쳐 정상적인 인슐린 생산자로 탈바꿈했다.

1단계로 탈 분화한 베타세포에서는 유인 신호를 T세포에 보내던 여러 유전자의 발현도가 낮아졌고, 그 영향인지 T세포도 베타세포를 더는 문젯거리로 보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제거하면 베타세포가 절묘한 위장술을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T세포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베타세포는 재분화 과정을 거쳐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는 성숙 세포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거친 T세포는 베타세포를 공격하지 않는 속성을 1년 후까지 그대로 유지했으며, 이는 사람으로 치면 40~50년에 해당한다.

현재 연구팀은 IRE1-알파 유전자를 표적으로 개발한 두 종류의 후보 1형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치료제가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병,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 질환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