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그 꾸준한 위협
당뇨, 그 꾸준한 위협
  • 신영순(신영순소아청소년과 원장)
  • 기사입력 2020.04.03 09:00
  • 최종수정 2020.04.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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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창밖에 봄비가 내리는 날이다. 비를 맞으며 가녀린 벚꽃 이파리가 조금씩 휘날리듯 땅으로 사뿐히 내려 앉는다.

2020년, 희망 가득하게 시작한 새해 속, 전세계는 이러한 꽃놀이를 즐길 새도 없이 코로나로 인해 대혼란에 빠져있다.

연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각국의 발병, 사망자 소식에 모두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어느덧 봄꽃이 만개함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제한된 생활은 이 따뜻함을 느끼지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코로나 감염 정보 중에 종종 ‘고위험군’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이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에 더 취약한 환자군을 일컬으며 기저 질환인 폐질환, 암,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이에 속한다. 현대인들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코로나와 같은 급성 전염병 뿐 아니라 수많은 만성 질환 이환율의 가파른 증가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기도 하다.

그 중 흔히 듣는 것 중 하나가 ‘대사 증후군’인데 이는 1990년대에 들어서 확립된 개념이다. 국민건강 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26%, 즉 4명중 1명이 대사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73.2%가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기준은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1) 중성지방 증가-150mg/dl 이상 혹은 약물 복용,

2) HDL 콜레스테롤 감소-남성<40mg/dl, 여성<50mg/dl 이하 혹은 치료약 복용,

3) 혈압 상승- 130/85mmHg 이상 혹은 혈압약복용,

4) 공복혈당 증가 -100mg/dl 이상 혹은 당뇨병 치료중,

5) 복부비만 – 허리둘레 남성 90cm(동양인 90cm이상), 여성 85cm 이상(동양인 80cm 이상)

이상의 5가지 위험인자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 증후군으로 진단된다.

이러한 대사 증후군은 2형 당뇨병과 암, 심뇌혈관의 질환 등과 기타 만성질환에 직결되므로 유의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즉 만성 질환으로 가는 관문인 셈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뇨란 무엇인가]

여기서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당뇨에 대해 살펴보자.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그 수가 4억1500만명에 이르러 성인 11명중 1명 꼴로 나타나며 2040년에는 약 6억5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중 특히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의 유병률 및 환자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당뇨병으로 인해 매 6초마다 1명씩 사망하고 있으며, 2013년에만 510만명이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7년 기준으로 약 337만명, 30세 이상 성인 8명중 1명이 앓고 있으며 문제는 이대로 간다면 2040년쯤에는 그 수가 두 배 이상 오를 수도 있음이 우려된다.

실제로 2013년도에 비해 2017년 당뇨 환자가 거의 23% 증가한 보고가 있으며 당뇨 전단계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30%에 육박한다.

 

[본인이 당뇨인지 모른다?]

그리고 젊은 연령층에서의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실제 환자의 45%는 현재 본인이 당뇨병인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검사상으로 1)8시간 공복 후 측정한 혈당 200mg/dl 이상(2회) ,2)증상 (다뇨, 다갈, 다음, 다식)과 함께 식후 혈당 200mg/dl 이상, 3)당부하 검사 (2시간) 200mg/dl 이상, 4)당화 혈색소 6.5%이상 중에서 한가지라도 해당되면 당뇨 진단이 내려진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뇨는 고치는 게 아닌, 관리하는 병]

흔히 당뇨병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 조절, 관리되어야 할 질환이라고 한다. 실제 당뇨병은 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합병증 중 급성으로는 케톤산증, 고삼투압성 혼수, 저혈당으로 인한 문제 등이 있으며 만성으로는 대부분 혈관 문제가 있다.

즉 망막증으로 실명에 이를 수 있고(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중 하나) 신증으로 요독증(말기 신부전증의 50.2% 차지), 신경병증으로 위장, 신경통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그 외 하지 궤양(하지 절단의 60%가 당뇨 때문이다), 심뇌혈관의 문제(2~5배 확률), 감염 등에 취약하다.

이와 더불어 당뇨는 암 발생률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이렇듯 20세기 현대화 이후 급증하고 있는 당뇨는 그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전 1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질환에 대한 첫 기술이 고대 이집트의 의술기록인 ‘에버스 파피루스’에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당뇨병이라는 용어는 2세기에 처음 사용되었다. 당뇨가 췌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1889년에야 동물실험으로 입증되었으며 1921년에 이르러 캐나다의 반팅등에 의해 인슐린이 발견되어 연구가 진행되었다.

지금이야 당뇨병이 혈당 수치와 관련이 있고, 혈당을 정상화시켜야 연관 합병증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러나 직접적 증거는 1형인 경우 1993년, 2형은 1998년 이후에야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의 첫 기록은 향약구급방이라는 의서에 13세기 중엽 소갈이란 용어로 기록되었으며 세종대왕이 소갈증을 앓았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뇨의 구분: 1형과 2형, 그리고 3형]

크게 1형과 2형으로 구분되는 당뇨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과 자가면역에 의해 야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대개 30~40세 이전에 발병하는 1형 당뇨는 주로 자가면역으로 인한 것으로, 췌장 스스로 인슐린 분비가 잘되지 않게 되므로 외부적 공급이 필수이다.

대개 성인 이후에 발병하는 2형 당뇨는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유전적 소인이 더 높다고 한다. 인종간 차이와 가족력에 큰 연관성을 보인다.

최근 몸속의 대사산물인 아밀로이드가 췌장에 쌓여 당뇨를 유발할 수 있게 되는 경우를 3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는 치매를 동반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부자병이 만인의 병이 되다]

과거 부자병이라 칭해졌던 당뇨는 현대에 와서는 먹을 것이 많아지면서 패스트푸드와 저가의 고열량 음식을 주로 먹는 저소득층에서 오히려 2배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만인의 병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SWEET”, 즉 단맛이다. 이는 중독성이 강한 맛이기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과당이 첨가된 것이 많다. 그래서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비만에는 이러한 과당류가 꽤 큰 몫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야말로 여러 만성 질환, 특히 2형 당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뇨는 환자 신체의 인슐린 양이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인슐린은 식후 췌장세포에서 분비되어 근육으로 포도당 섭취를 촉진하거나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여 혈당을 조절하고 식후 섭취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등의 여러 역할을 한다.

1형 당뇨와 진행된 2형 당뇨에서는 이러한 인슐린 분비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인슐린 작용(인슐린 감수성)이 생리적 인슐린 농도에서 정상보다 저하된 대사 상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인슐린의 양은 충분하나 그 작용이 감소된 경우인 것이다.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은 2형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선행요인인 동시에 비만과 함께 대사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는 주로 운동부족, 과음, 과식 등의 요인과 이로 인한 복부비만과 함께 스트레스, 유전적 소인, 출산시의 저체중 등 여러 요인들로부터 기인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슐린 저항성의 악순환]

여기서 비만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의 발생은 전신 체지방의 증가보다는 근육과 간의 지방축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진다. 조직의 지방 축적증가와 비만과정에서 지방 조직을 중심으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증가등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인슐린 저항성은 대개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즉 지나친 과식 등의 선행조건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 분비가 일어나게 되고 인슐린이 세포 내로 들어가 적당한 형태로 사용되거나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 못하는 저항성으로 들어서게 되면, 지방조직이 쌓이게 되고 이는 인체로 하여금 더 피곤하고 허기진 상태를 이끌어 더 많은 음식,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일정 능력 이상을 수행하기 힘든 췌장 등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탈진상태가 되어 당뇨가 진행되는 것이다.

 

[당뇨병의 치료]

그럼 이러한 당뇨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식이요법 2) 운동 3) 체중감량, 비만관리 4) 교육

5) 약물

@1형- 인슐린 주사

@ 2형 - 경구용 항고혈당제 (인슐린 주사나 주사용 항고혈당제 사용 병용 경우 있음)

---> 약제 ; 인슐린 분비 촉진제, 인슐린 증감제(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 증가)

장에 의한 당흡수 지연 약제, 소변내 당분비 증가 약물

인슐린분비 증가와 장흡수 감소 병행약제 등

상기한 바에서 보다시피 당뇨 치료에 있어서 약물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이 식이요법등의 인지와 시행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분들이 오히려 약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실제 환자의 28-44% 만이 혈당조절에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췌장이 건강해지지 않는다면 약, 주사로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췌장이식을 연구 중이다.

세계적 생물학 학술지인 <Cell>지에 의하면 인슐린 조절은 단지 췌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인체의 모든 장기와 세포들이 관여하는 아주 복잡한 시스템이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혈중 포도당 농도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마다 반응도 각각 달라,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해 모든 혈당조절이 맞춤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명언처럼 혼란 속에서도 시간의 질서는 진행되어왔고, 다 이룬 듯한 종결의 상황 속에서도 분명 또 다른 길과 방식이 있다. 이는 무수한 한계와 극복의 역사를 가진 인간에게는 이룰 수 있는 일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