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치영의 면역 개선을 위한 한의학적 식이요법
한의사 박치영의 면역 개선을 위한 한의학적 식이요법
  • 박치영(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대표원장, 대전대 한의학 겸임교수, 중부대 피부미용학 외래교수)
  • 기사입력 2020.04.09 12:00
  • 최종수정 2020.04.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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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건강에 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중보건 위기를 불러온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신종 감염병이어서 백신은 물론이고,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혈장치료가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오로지 인체의 자연 면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면역이 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는 혼란된 상황이라면? 면역이 저하되거나 과민한 상태, 즉 면역이 혼란된 상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다면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까?

면역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면서 ‘면역력에 좋다’는 식품과 영양제는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방법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면역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바른 식이요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관점에서 면역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한의학적인 식이요법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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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 본 면역]

면역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한의학의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세기에 저술된 한의학 서적인 <면역류방(免疫類方)>이다.

하지만 면역이라는 단어의 본격적인 등장 이전에 이미 그 개념에 대한 기록이 널리 존재했다. 특히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정기(正氣)가 체내에 잘 유지되고 있으면 사기(邪氣)가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치료의 개념으로 ‘부정거사(扶正祛邪)’를 주창하고 있다. 부정거사는 정기를 개선하여 사기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정기와 사기라는 표현은 현대 면역학의 기본 개념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의학적인 건강과 면역의 개념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그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특화된 의학인 한의학, 이러한 한의학적인 면역 개선법은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 실질적인 효용을 줄 수 있다.

 

[바른 식습관, 몸을 치료한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바른 식습관은 면역 개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약에 비견되는 힘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식치(食治)라고 표현하는데, 음식이 곧 치료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식치를 무척이나 강조한다.

식치라는 표현뿐만 아니라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의미이다. 일찍이 서양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역시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이요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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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식이요법, 색과 맛

그렇다면 면역 개선을 위한 바른 식이요법을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골고루 먹는 식이요법을 강조한다. 누구나 상식처럼 알고 있는 ‘골고루 먹는다’라는 의미를 한의학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한의학적으로 골고루 먹는다는 개념은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맛의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5가지 색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다양한 맛은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의 5가지 맛이다.

가령 아침 식사로 흰색의 쌀과 흰색의 백김치, 흰색의 무 볶음, 흰색의 양파와 흰색의 마늘을 섭취했다. 그리고 후식으로 흰색의 배를 먹고 흰색의 우유를 마셨다면 이는 한의학적인 개념의 바른 식이요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만약 청색의 시금치, 적색의 고추, 황색의 당근, 백색의 양파, 검은색의 콩을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면 이는 한의학적으로 바른 식사가 되는 것이다.

색깔뿐만 아니라 맛 또한 다양하게 섭취해야 합한다.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인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5가지 맛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맛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로 골고루 먹는 바른 식이요법이다.

현대인들의 식단은 단맛, 매운맛, 짠맛의 자극적인 맛에 편향되어 있다. 신맛과 쓴맛의 음식을 매우 적게 섭취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소외된 신맛과 쓴맛의 음식들은 체내의 염증과 독소를 씻어내고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현대인들의 식단에서 부족한 신맛과 쓴맛의 음식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속담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일찍이 공자(孔子)께서도 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고 하셨으니 맛에 대한 전환된 인식이 절실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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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면역의 완성]

마지막으로, 한의학적인 식이요법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온도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체온은 36.5도이다. 이 36.5도라는 온도에서 우리 인체의 면역 반응은 가장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으로 양기(陽氣)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앞에서 언급한 정기(正氣)라는 단어와 함께 양기는 면역과 연관된 중요한 표현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양기를 떨어뜨리는 찬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한 번쯤은 싸늘하게 식은 밥과 차가운 음식을 먹은 이후에 탈이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차가운 밥과 따뜻한 밥은 한의학적으로는 동일한 음식이 아니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작용적인 관점에서, 찬물과 따뜻한 물은 동일한 물이 아니다. 따라서 물을 마실 때조차도 정수 이상의 온도인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바른 식습관이다.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요즘.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그 실체와 상태를 알 수 없는 면역. 그 면역이 개선될 수 있는 지혜를 한의학에서 온고지신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