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완핵 신경세포에서 실마리, 뇌 속 신경 '실체' 확인 의의 커
후에 비만, 당뇨 등 대사 질환 치료 가능성↑
[헬스컨슈머]지긋지긋한 다이어트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포만감과 관련한 신경세포를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맛과 같이 몸 안의 화학 센서(수용체)를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과정과 신경회로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하는 소화기 내부의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뇌 속 ‘관문’ 역할의 신경세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생리학자들은 소화기에 물이 흐를 때 감지되는 '화학적 자극'과 소화기의 팽만감이라는 ‘물리적 자극’이 뇌로 하여금 배고픔이나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나 회로는 최근까지 밝혀진 적 없었다.
연구팀은 따뜻한 온도 감각을 전달하는 뇌 신경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이용, 다양한 감각 신호가 들어가는 후뇌(목 부근의 뇌 부위) 부완핵의 신경세포를 연구했다. 부완핵은 맛과 통증, 온도 등의 감각 정보가 거쳐 간다고 밝혀지고 있어 최근 주목받는 부위다. 그런데 우연히 이 영역을 자극한 쥐들이 물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 대신 분유나 먹이를 줘도 결과는 같았다. 이에 연구팀은 이곳의 신경세포가 배고픔이나 갈증 해소에 관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상황에서 이 신경세포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실험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섭취하는 음식이나 음료의 종류와 성분, 온도와 관련없이 ‘무엇인가 섭취한다’는 사실만으로 부완핵의 특정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쥐는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먹을 때 발생한 물리적 자극이 포만감의 원인이며, 부완핵의 신경세포는 이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막대 모양의 탐침을 이용해 혀나 식도, 위 등을 자극하거나 위풍선술을 이용해 위장을 부풀려도 해당 신경세포의 활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신경세포의 전기 활성을 빛의 세기로 변환시켜 측정하는 기술을 이용해 해당 신경세포 집단의 활동을 확인했다. 특히 고해상도 현미경 영상 기술인 이광자현미경을 이용, 각 세포의 활성을 확인해 이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입과 위 등 다양한 소화기의 물리적 자극이 모이는 뇌 속 관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해당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식욕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이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자 병적인 과식이나 과음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소화기의 물리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뇌 속 신경의 실체를 처음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에 따라 포만감을 느끼는 원리에 대해 더욱 근본적으로 접근하며 다이어트 방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후뇌와 말단 신경은 생존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원시적 뇌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이 기본적인 신경망이 수행하는 섭식과 관련된 과정도 제대로 모르는 게 현실이다”며 “소화기에서 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이 무엇인지, 이 신호가 어느 경로로 부완핵에 가고 부완핵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시상하부로는 어떻게 가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지, 배고픔 등 욕구와는 어떻게 경쟁하는지 등 모든 내용이 앞으로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야 생리학의 오랜 난제를 풀 첫 실마리를 찾았을 뿐이며, 후속연구를 통해 인간의 기본 욕구이자 생존에 필수적인 식욕이 조절되는 과정을 밝혀 나가겠다”며 "후속 연구가 진행되면 섭식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와 유전자를 발굴해 비만과 당뇨 등 대사 질환과 섭식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