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굴) 40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굴) 40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4.28 09:00
  • 최종수정 2020.04.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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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세계에서 굴 먹기 가장 좋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우선 값이 싸다. 세계에서 가장 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보면 굴이 귀할 뿐 아니라 그 가격이 무척 비싼것에 있어 놀라곤 한다.

굴은 바닷물에 부유하는 갯벌 미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생물이다. 굴은 하루에 6~7ℓ의 갯벌 물을 빨아들이고 뿜어내기를 반복하며 영양분을 섭취한다. 생굴은 되도록 산 당일에 먹는 게 좋다.

유럽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갯벌이 거의 없어 양식이 어렵고, 잘 잡히지도 않기 때문에 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같은 경우,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수산시장에서 갓 잡은 키프로스산 굴 하나에 1~2유로(약 1500~3000원), 비싼 건 4~5유로(약 6000~7500원)까지도 한다. 이게 레스토랑으로 오면 가격이 1.5~2배 정도 더 올라간다. 유럽에서 굴은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최고급' 요리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서양에서는 이렇게 고급진 식재료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생굴 천국, 한국]

반면 한국에서는 굴이 1kg당 가격이 만 원대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처럼 생굴을 접시 가득 쌓아 놓고 한젓가락에 두세개씩 맘껏 먹는 나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굴 가격에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만도 하다.

그 차이는 바로 갯벌의 유무에서 오는 생산량의 차이다. 굴 생산에 있어 우리는 중국 다음, 즉 세계 2위이다. 그러나 중국은 식문화 자체가 날것을 지양하기 때문에, 생굴을 잘 먹지 않는다. 따라서 날것을 신선하게 먹는 것으로 치자면, 우리나라가 굴 먹기 가장 좋은 나라이다.

해산물을 생으로는 잘 먹지 않는 서양 사람들도 굴만은 생굴로 먹기를 즐긴다. 굴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생굴을 먹지 않았던 것은 바다가 우리의 남해바다처럼 청정하지 않고 오염되었기 때문인데, 요새는 중국인들도 생굴 맛을 알아 우리나라에서 생굴을 많이 수입해 가는 편이다.

대연평도 까치산 패총, 사진제공: 홍익희

[언제부터 굴을 먹었을까?]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매우 길다. 선사시대 초기, 인류는 굴과 조개가 사는 갯벌 근처에 종종 터를 잡았다. 굴 껍질이 우리나라 선사시대의 패총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이유이다. 『동국여지승람』에도 굴이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고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굴은 우리나라 연해에 널리 분포되어 옛날부터 즐겨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전어지>에서는 굴이 조석 간만이 드나드는 곳에서 돌에 붙어살며, 울퉁불퉁하게 서로 맞붙어서 방과 같다고 했다. <자산어보>에서는 “굴은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라고 묘사했다. ‘길이가 한 자 남짓’이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여기서 언급된 것은 30센티가 넘는 대형 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참 훌륭한 먹거리가 아닐 수 없을 터이다.

 

[굴의 종류]

우리나라에서 나는 주요 종류는 참굴, 바윗굴, 벚굴이다.

참굴

우리가 보통 굴 하면 떠올리는 종류는 참굴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생산 및 소비된다. 참굴은 만 1년이 되면 성숙하여 어미가 된다. 크기는 7~10cm 정도로 모양은 일정하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길쭉한 형태를 띤다. 양식이 쉬워 주로 시중에는 주로 양식참굴이 나와있다.

바윗굴

바윗굴도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는 장타원형이다. 다른 굴들과 달리 여름이 제철인 종류로, 독도와 동해안 일부 지방에서 나는 대형 굴이다. 시중에는 주로 자연산이 나온다.

크기도 웬만한 성인 남성 주먹을 훨씬 능가하는데, 이름처럼 정말 큰 돌덩어리처럼 생겼다.

벚굴

벚굴은 원형에 가까운 사각형이다. 이를 벚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벚꽃 철인 봄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강에서 서식하는 강굴(벚굴)도 있다. 주로 한강이나 섬진강 하구에 서식한다. 원래는 낙동강 등 우리나라 전역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 하류 지역에선 대부분 볼 수 있었는데, 산업화 이후 대부분의 강에 홍수 방지를 위해 하굿둑을 건설한 뒤 보기 힘들어졌다.

아쉽게도 양식이 불가능해서 제철에만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생산량도 적은 편이다. 바닷물과 민물 중간 정도에서 자라기 때문에 향과 맛이 일반 굴보다는 좀 약한 중간 맛이다. 하지만 성장속도가 빨라 3년에 30cm 크기로 자라난다.

해외의 굴들

대서양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소비되는 '유럽납작굴'과 황해 연안에서 볼 수 있는 '토굴'(떡굴)과 태생굴은 납작한 외형이 특징이다. 토굴은 둥글넓적한 모습이 특징이며 그 덕에 굴보다는 가리비가 떠오른다. 전라도 등지에서는 넓적하다는 의미로 '떡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형 종으로 지름 8cm에 길이 16cm까지 자란다.

이렇게 굴을 한가득 쌓아놓고 먹는 나라는 세상 천지에 또 없을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렇게 굴을 한가득 쌓아놓고 먹는 나라는 세상 천지에 또 없을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굴 양식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굴양식은 옛날부터 중국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기원전 1세기에는 나폴리에서도 양식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굴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다. 1908년경의 조사에 의하면, 광양만 내의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양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양식방법이 어떠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돌이나 패각 같은 것을 바다에 던져 넣는 방법인 바닥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08년 이후부터는 일본인에 의해 영산강 하구와 송전만 등에서 양식업이 시작되었다. 양식방법은 주로 소나무·대나무 등을 세우는 홍립식(篊立式)이었고, 1930년대에 이르러 수하연을 수직으로 매달아 양식하는 수하식(垂下式)이 개발되었다. 수하식은 수면을 입체적으로 이용하므로 생산성이 높고 굴의 질도 좋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굴 양식업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195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굴 양식

광복 이후 김 수출의 격감으로 곤경에 빠진 김 양식 영세어민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굴 생산의 증대를 위한 조장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식방법도 1950년대 말부터는 뗏목수하식 방법을 사용하여 생산성을 크게 높였으며 1960년대에는 연승수하식 방법도 개발했다. 1970년대는 수하식 굴양식업의 성숙기로, 통영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에서 급속도로 발달했다.

갯벌을 갖고 있으면서도 청정지역인 한려수도에 위치하고 있는 통영은 미 FDA(식품의약국)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지정해역을 보유하고 있어 굴 생산 최적지이다. 통영은 연 1만 5천 톤가량의 굴을 생산하여 국내 굴 생산 60~70%를 담당하는 최대 산지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세계 굴 생산과 소비 추이]

세계 굴 생산은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 세계 생산동향을 살펴보면 연평균 530만 톤 가량 생산되고 있다. 굴 생산량 순위는 중국,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순으로, 중국은 전 세계 굴 생산량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굴 양식 대국이다.

한국의 2018년 굴 생산량은 34만 1,684톤에 달한다. 일본도 생산량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한국의 생산량이 2배 가량 많다. 이는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좋고 넓은 갯벌이 존재하여 굴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굴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 품질도 매우 좋다. 생산량의 과반수가 국내에서 생굴로 소비되고, 나머지는 건굴이나 통조림으로 가공되어 수출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시장 규모는 이와 조금 다른데, 2016년 기준 굴 소비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프랑스로 전 세계 굴 시장에서 13.4%의 비중을 차지한다. 프랑스, 중국, 미국, 홍콩, 한국 순으로 굴 시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굴 수출은 2019년 경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1만1천 톤, 금액으로는 76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수출대상국은 일본, 미국, 중국, 홍콩 순이었다.

 

[자연산과 양식]

자연산 굴과 양식 굴은 외형으로 구분하기 쉽다. 자연산은 바닷물에 잠겼다가 공기에 노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게 껍데기가 얇고 물결무늬가 있다. 반면에 양식 굴은 계속 바닷물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둥글넓적하고 크게 자란다.

양식은 크기 때문에 먹기엔 편하지만 맛은 자연산이 더 진하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이다. 굴의 맛은 키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서해안 쪽의 양식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에서 키우기 때문에 바닷물에 잠겼다가 공기에 노출되는 것이 반복되어져 자연산 맛과 거의 같다.

양식이라고 해봐야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것처럼 수족관에서 사료를 먹이며 키우는 게 아니고, 그저 굴이 자라기 좋게 유생을 조개껍데기에 붙여 바다 속에 넣어 놓는 수하식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자연산 굴은 조석간만 때문에 물이 빠지면 공기 중에 노출되어 먹이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온종일 바다에 잠겨 있는 양식 굴보다 크기가 작고 식감이 더 단단할 뿐이다.

굴 양식장,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굴 양식장,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굴과 석화의 차이]

석화와 굴은 조금 다른 개념이다. 굴을 원래는 ‘굴조개’라 불렸다. 그래서 한자로는 여합(蠣蛤)·모합(牡蛤)·모려(牡蠣)·석화(石花)·여(蠣)·호려(蠔蠣) 등으로 표기한다. 따라서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석화와 굴의 차이는 없다. 다만 석화(石花)는 갯바위에 붙은 자연산 굴을 의미하는데, 껍질이 반쪽 붙여 있는 것은 석화라 하고, 껍질 깐 것을 ‘굴’이라 부른다. 또는 같은 양식이라도 바닷물에서 수화식으로 자라는 것을 ‘굴’, 바위에 붙어 자라게 키우는 투석식 굴을 ‘석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먹을 만한 크기의 굴은 4~5년생인데, 껍질이 일 년에 한 겹씩 늘어난다. 굴 껍데기 끝이 햇빛을 받으면 새로 돋아난 연한 껍데기가 밝게 빛나는데, 이 모습이 꽃봉오리처럼 보인다 해서 ‘돌꽃’ 곧 석화이다. 갯바위 위에서 자라는 석화는 하루에 두 번씩 왔다 갔다 하는 밀물과 썰물이 키워내 바닷물에 푹 담가놓고 기르는 수하식 굴보다 성장이 늦어 작고 단단한 편이다. 미식가라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다.

 

[생굴 맛있게 먹는 법]

생굴을 맛있게 먹으려면 가급적 수돗물로 씻지 말고 소금물로 씻는 게 좋다. 지저분하다고 수돗물로 깨끗이 씻으면 씻을수록 맛도 영양도 떨어진다. 뻘이 잘 토해진 것으로 사면 굳이 씻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또한 굴을 수돗물로 씻지 말고, 바닷물과 같은 농도의 소금물로 씻는 게 낫다.

 

[제철 음식, 겉으로 보이지 않는 패독]

굴의 제철은 가을부터 겨울 동안으로 9월 중순 이후부터 이듬해 4월까지이다. 성숙한 굴은 얕은 바다의 수온이 2-5℃로 되는 5월부터 8월까지가 산란기이다. 산란기 굴은 자기방어기제를 갖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보리가 피면 굴을 먹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양에서는 R이 들어가지 않은 달인 5~8월 4개월 동안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 이유는 해수 온도가 일정 수온 이상일 경우 굴에서 마비성 패독(貝毒)으로 싹 튼 감자 먹듯 아린 맛이 난다. 이런 굴을 다량 섭취할 경우 호흡곤란 혹은 사망할 수도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상용 굴은 안전검사를 거친 굴이지만, 직접 따서 먹는 경우에 특히 패독을 주의해야 한다. 산란기 생굴을 바닷가에서 직접 따서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건강 기호식품]

굴은 흔히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영양가 높은 해산물 중 하나이다. 굴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비타민A, B1, B2, B12, 철분, 동, 망간, 요오드, 인, 칼슘, 아연 등이 많다. 특히 굴에는 아연이 풍부한데, 아연 성분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고, 정자의 생성과 활동을 돕기 때문에 정력에 좋다고 한다.

또한 피부 미백에도 아주 그만이다. '배 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라는 말처럼,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피부미용에도 좋아서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미인들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또한 글리신과 글루타민산이 함유되어 있어 맛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굴이 워낙 진미이다 보니 고대 로마에서는 파티 음식에 항상 올라오는 식품이었다고 한다. 철학자 세네카의 경우에는 매주 1,200개의 굴을 먹었으며,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기록되었을 만큼 로마인들은 굴을 좋아했다.

프랑스 앙리 4세도 전채로 굴 300개를 먹기도 했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정력 비결이 굴이라고 했으며, 아침에 목욕하고 나서 하인이 가져다주는 굴을 50개씩 까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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