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9)
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9)
  • 김정완(탈무드 원전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4.29 00:00
  • 최종수정 2020.04.28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하라-코셔 도축

[헬스컨슈머]코셔 동물이라도 율법에서 정하는 엄격한 도축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코셔가 될 수 없다. 또한 코셔 도축은 짐승과 새를 도축할 때에만 적용되고 물고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코셔 도축법은 토라(구약 첫 5권)에 자세히 기록돼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죽은 동물(Neveilah)은 결코 먹어선 안 된다. 또한 상처를 입거나 몸의 일부가 불완전한 코셔 동물은 설령 코셔 도축을 거쳤더라도 먹어선 안 된다. 이런 고기를 트레이프(Treif)라고 해서 비코셔로 분류해 유대인이 아닌 일반 정육점에 팔아넘긴다.

 

[코셔 도축의 출처, 구전 토라]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너는 여호와께서 주신 소와 양을 잡아 네 각 성에서 네가 마음에 원하는 모든 것을 먹되"(신명기 12:21)

 

위 구절에 따르면 분명 하나님은 모세에게 코셔 동물을 도축하는 방법을 명령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코셔 도축에 대한 어떤 자세한 기록도 토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코셔 도축법에 대한 기록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 기록은 글로 된 성문 토라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전 토라에 있다. 구전 토라는 성문 토라에 기록된 내용을 더욱 자세히 풀어 쓴 것으로, 유대교에서만 전해져 내려온다. 유대인들은 모세가 성문 토라뿐만 아니라 구전 토라도 함께 하나님으로부터 전수받았다고 믿는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코셔 도축]

먼저 코셔 도축(Shechita)은 철저히 쇼헷(Shochet)이라고 불리는 유대인 도축전문가에 의해 행해진다. 코셔 도축법에 대한 지식과 훈련이 풍부한 쇼헷은 코셔 도축 전반에 관여하며, 그만큼 코셔 동물이 코셔 고기를 거듭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도축칼

이 동물을 도축할 때는 반드시 날카로운 도축칼(Chalef)을 준비해야 한다. 손잡이가 달린 긴 직사각형 모양의 도축칼의 규격도 정해져 있는데, 칼의 길이는 동물의 목 넓이의 2배 정도는 돼야 한다. 그보다 길어서도, 너무 짧아서도 안 된다.

닭과 같은 코셔 조류를 도축할 때는 이보다 훨씬 작은 칼을 쓴다. 도축칼은 매우 날카로워야 하며 칼날의 이가 단 하나도 어긋나선 안 된다. 도축 도중에 쇼헷은 수시로 칼날을 손가락 끝과 손톱으로 거듭거듭 확인하여 혹시라도 도축 도중에 이가 어긋났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축의 과정

쇼헷이 도축칼을 쓸 때도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한 번에 목을 그어서 식도와 기도 그리고 경동맥을 확실히 잘라내야 한다. 칼에 힘을 주어 눌러선 안 된다. 칼날로 목을 치거나 찢으려 해도 안 된다. 기도의 첫 마디에 칼을 대고 자연스럽게 쓰윽 그어서 짐승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고, 중간에 멈춰서도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동물은 코셔로 인정받지 못한다.

기타 처리

이 과정이 끝나면 내장을 살펴서 이상이 있는가 확인하되 특히 폐에 구멍이 뚫려 유착된 이상이 발견될 경우에는 코셔에서 배제한다. 또한 허벅지 힘줄도 제거해야 한다. 왜냐하면 뒷다리와 엉덩이 부분은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야곱이 천사와 싸우다 허벅지뼈(환도뼈)를 다쳐 절음발이가 된 이후로 먹지 않는 것이 유대인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잘라서 비코셔 고기로 분류해 유대인이 아닌 일반 정육점에 판다.

또한 도축 직후부터 72시간 안에 피가 굳기 전에 반드시 피를 전부 뽑아야 한다. 유대인들은 코셔 율법에 따라 피를 절대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를 어느 정도 뺀 고기 표면 전체에 거친 소금을 뿌린 뒤 1시간 정도 놔둬서 남아있는 피까지 마저 뺀다. 그 후 살코기 표면의 소금은 물로 씻어낸다. 피를 빼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굽는 방법이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코셔, 동물에 대한 자비]

한편, 코셔 도축을 놓고 동물복지 단체에서는 도축칼로 가축을 잡는 도축법은 너무 잔인하다며 유대인들을 성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가장 고통이 적은 도축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토라의 동물학대 방지율법과 실제 도축에서 동물이 받을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유대인들이 노력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 단체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밀식사육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동물 사육 환경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와 살충제, 성장촉진제 등의 과도한 사용이 더 문제일 듯 보인다.

실제로 토라는 여러 곳에서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창세기 9:4), '암소나 암양을 막론하고 어미와 새끼를 같은 날에 잡지 말지니라'(레위기 22:28)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유대민족을 위한 규범이 많이 적힌 신명기에는 동물복지에 관해서도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네 형제의 나귀나 소가 길에 넘어진 것을 보거든 못 본 체하지 말고 너는 반드시 형제를 도와 그것들을 일으킬지니라'(신명기 22:4), '곡식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지니라'(신명기 25:4), '너는 소와 나귀를 겨리하여 갈지 말며'(신명기 22:10),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가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고'(신명기 5:14), '식사하기 전에 반드시 짐승에게 먼저 먹이를 주어야 한다'(신명기 11:15) 등이다.

탈무드에도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금지된다'(탈무드 바바메찌아 32a)처럼 아예 동물 학대를 금지한다는 명시적인 기록이 있다. 결국 코셔는 동물에 대한 자비라는 의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