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키우기, ‘멍 때리기’의 재발견
뇌 키우기, ‘멍 때리기’의 재발견
  • 임하란 기자
  • 최종수정 2020.05.1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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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하니 있는 시간은 뇌의 휴식시간
기억력과 학습력을 향상시켜
장기기억 및 아이디어 생성에도 도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흔히 ’멍 때리기’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지금까지 멍하게 있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다소 멍청해 보인다는 시각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오히려 멍한 상태가 주는 생리적인 효과는 순기능이 많다.

 

[쉴새 없이 일하는 뇌,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의 뇌는 몸무게의 3%정도에 불과하지만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일상에서 행동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뇌와 관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몸이 건강해도 뇌가 건강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건강한 뇌를 위해서 우리 뇌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불안해하며 일, 공부를 통해 뇌에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입력한다. 그러나 뇌가 계속해서 정보를 받기만 한다면 스트레스가 쌓여 여러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멍 때리기는 뇌의 휴식시간이다]

잠깐의 휴식은 기억력, 학습력, 창의력 등에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뇌 혈류 측정 실험을 진행하면 어떤 생각에 집중할 때보다 뇌 혈류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아이디어도 신속하게 나온다. 멍 때리기를 하고 나면 맥박, 심박 수는 낮아지게 되는데, 긴장이 풀리고 몸의 피로를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가 불쑥 생각날 수 있는 뇌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멍하게 있는 동안 새 생각을 위한 환경 만들어]

쉰다고 해서 뇌도 완전히 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뇌의 대부분도 활동을 줄이지만, 전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부위는 오히려 전보다 활성화된다. 그리고 알파파와 세타파의 느린 리듬이 많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뇌가 휴식을 굉장히 잘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춘 듯이 보이는 동안, 뇌는 입력했던 정보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지워 새 생각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습과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

최근 연구들을 보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잠깐의 휴식이 뇌의 활동을 변화시켜 기억을 향상시키며, 미국 코넬 대학 연구팀은 멍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의 수행능력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결과를 밝혀냈다. 즉, 외부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 ‘오프라인’ 상태가 되어야 학습한 일들을 장기 기억으로 만들기 쉽다는 의미가 된다.

 

[잠과 비슷한 효과로 장기기억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오프라인’ 상태의 다른 예로는 수면이 있다. 잠은 뇌가 낮 동안 수집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잠이 중요한 단기기억들을 계속 기억할 수 있게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관찰되었다. 특히 잠에서 대뇌피질의 서파는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들은 짧은 휴식이 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 휴식에서도 서파의 활동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과 짧은 휴식 동안에는 깨어 있을 때와 비교해서 뇌에서 아세틸콜린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게 되는데, 이는 아세틸콜린 분비가 감소할 때 해마와 대뇌피질 간의 연결이 촉진되면서 장기기억이 만들어지게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시간]

결국 잠시 멍 하니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과적인 뇌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휴식시간이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은 침대 속에서 스친 아이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졌고,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용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도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우리는 잠시 먼 산바라보기 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지하철을 탈 때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운전중에는 오디오를 통해 또 무언가를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한다. 잠깐 쉬는 시간조차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즐긴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씩의 멍 때리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적절한 휴식일 수 있다. 멍하게 잠시 뇌에 주는 휴식은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당신의 뇌도 혹사당하고 있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5분간 이라도 ‘멍 때리기’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