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짜 문제는 여름부터 온다
일본, 진짜 문제는 여름부터 온다
  • 최유진 일본 도쿄 특파원
  • 기사입력 2020.05.19 10:01
  • 최종수정 2020.05.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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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일본 후생성
2018년/2019년의 일본 주요 6개 도시의 기온(분홍색)과 고온 관련 응급환자(주황색) 및 사망자(검은색 숫자) 통계, 자료제공: 일본 후생성

[헬스컨슈머]‘더위를 먹었다’고 표현되는 이 질환은, 우리나라에선 별다른 걱정거리가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요즘 세상에 그런게 있나"라는, 아주 사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옆나라 일본에서는 다르다. 일본에서 ‘열중증(熱中症)’이라 불리는 이 문제는, 덥고 습한 일본에서 여름마다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그런데 열중증이 외출을 삼가고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하는 일본의 현 상황과 맞물려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왔다. 지독할 정도로 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에,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땡볕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열중증'을 심각하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집안에만 있으면 햇빛을 통해 더위에 적응이 불가능해]

기상 관련 전문가들이 올 여름은 특히 더울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아직 5월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중부지역들은 이미 최고기온이 25도~30도에 달하는 날이 심심찮게 관측되었다. 일본의 국토 대부분은 우리보다 적도에 가깝고, 섬나라기 때문에 덥고 습하다. 겨울이 지나갔으므로 코로나도 한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일본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가 아직 잠잠해지지 않은 이 시점에 다가오고 있는 여름은 오히려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먼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열중증 문제에 악영향이 있다. 사람의 몸은 바깥에서 햇볕을 쐬며 천천히 더위에 익숙해져, 점차 고온에도 견딜수 있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 긴급사태’를 맞이한 4월초부터 현재까지, 일본 역시도 바깥에 자주 나가기에는 적절한 상황이 아니다. 덕분에 일본에 거주중인 시민들이 외출을 통해 몸이 천천히 더위에 익숙해질 시간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도 더위를 먹기 쉬운 몸상태를 만든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덥고 습한데 마스크까지?]

또한, 마스크의 착용도 열중증의 발생을 부추기는데, 몸속에 쌓인 열이 호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안에 쌓여 체온의 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중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분 보충이 필수적인데, 마스크의 착용이 입안의 습도를 유지시켜 갈증을 쉽게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신다 해도 마스크를 내리고 마셔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물을 마시는 빈도가 매우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체온의 상승과 탈수상태가 맞물려, 열중증에 걸리기 최적화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회적 문제,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해]

특히 면역력과 체력이 부족한 노년층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열중증이 중증합병증으로 번지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간의 교류가 더 적어진 요즘, 혼자 살고있는 독거노인들은 열중증으로 쓰러졌다 해도 발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의료기관/의료진 부족을 겪고있는 요즈음, 발열을 동반하는 열중증과 코로나를 증상만으로 완전히 식별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응급 이송문제나 검사, 치료 등에 있어 예방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열중증을 예방하기 위해 에어컨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1950년부터 이미 전기를 민영화한 일본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싼 전기요금을 받는다. 덕분에 일본 국민들은 에어컨을 잘 사용하지 않는(또는 못한)다. 심지어 일본 정부에서 “생명이 위험하니 제발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라”고 국민에게 호소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어컨을 틀라'는 권고는 무의미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높다.

코로나 방역도 실패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열중증의 쓰나미까지 기다리는 이번 여름. 일본 정부의 선택의 댓가는 일본의 국민들이 혹독하게 치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