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표지자 수치가 증가하면 암?
종양 표지자 수치가 증가하면 암?
  • 장석원 원장(충민내과 원장, 연세대 의대 임상지도교수, 대한임상통합의학회 회장)
  • 기사입력 2020.06.01 09:11
  • 최종수정 2020.06.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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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아마도 암 검진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심심찮게 들어봤을 말이 있으니, 바로 ‘종양 표지자 수치’다. 때로는 이 수치에 울기도 했을 것이고, 또 웃기도 했을 것이다.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내 몸 안에 암이 있는 것인지 또는 암이 없다면 앞으로 암으로 진행하게 될 것인지? 암인지 여부를 알기 위해 추가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러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종양 표지자란 무엇인가?]

종양 표지자(Tumor Maker)란, 체내에 암세포가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주는 물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표지자는 종양 세포때문에 특이하게 생성되고, 혈액이나 조직 검사에서 검측되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초기 암은 증상이 모호해 환자 자신이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조기 암의 발견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건강 진단 목적으로 여러 가지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 혈중 수치가 높게 나와 암이 아닌가 불안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사실 이 고민은 환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자각 증상은 없는데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간 환자의 경우 적절한 검사나 진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갔다고 해서 반드시 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모든 정밀 검사를 해보도록 권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의사로서 수치가 올라간 이유에 대한 적절한 설명 없이 두고 보자고 할 수도 없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갔을 때는 어떻게 하나]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혈중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간 경우, 위에 언급한 의문 중에서도 환자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본인에게 암이 있는지 유무, 그리고 암이 없다면 이 수치가 왜 올라갔느냐는 것이다. 환자들은 검사 항목 옆에 쓰여 있는 특정 암이 있을 때 증가될 수 있다는 설명에 자신의 몸 안에 암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정한 질병이나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이 건강검진 도중에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간 경우에는 보통 1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1개월을 미루기가 꺼림칙하다면 복부 CT 등을 즉시 하고 이때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1개월 후에 다시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하도록 한다.

해당 검사 결과 수치가 이전 수치와 비슷하거나 감소된 경우에는 추적 관찰을 중단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는 원인 불명이거나, 양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가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환자가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숨겨진 종양이 있을 수 있으므로 CT나 MRI, PET-CT와 같은 추가적인 모든 검사를 해서 가능한 질환을 찾아야 한다. 이때 암으로 추정되지 않는 양성질환이 있으면 이를 치료하면서 종양 표지자 수치를 추적 관찰하게 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갔다 해서, 다 암은 아니다]

종양 표지자 수치는 한 번의 검사에서 올라갔다고 해서 바로 암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추적 검사한 수치가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생리주기나 호르몬 변화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자들은 자각 증상을 느끼게 되었을 때 병원을 방문하게 되어 암이 진단되므로 이미 때가 늦었거나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조기 암은 검진에 의해 암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조기 발견된 암은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함으로써 완전 치유가 가능하므로 검진 시 종양 표지자 수치의 검사는 의의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암을 확진하는 데는 여러 가지 검사법이 있다. 그 중에서 종괴의 조직 일부를 절제하여 염색한 후 현미경으로 암세포 유무를 관찰하는 조직검사가 암을 확진하는 결정적인 검사법이다. 조직검사로 암이 확진되면 다음 단계로 암이 어느 정도 퍼졌는가를 조사하게 된다. 암이 퍼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하는 주된 검사는 CT나 MRI, PET-CT와 같은 방사선 검사다. 퍼진 정도를 파악한 후 수술 가능 여부와 수술 범위를 정하여 수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