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3
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3
  • 박치영(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대표원장, 대전대 한의학 겸임교수, 중부대 피부미용학 외래교수)
  • 기사입력 2020.06.04 10:53
  • 최종수정 2020.06.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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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 그리고 폐주피모(肺主皮毛)

[헬스컨슈머]한의원에서 “속이 불편하다” 혹은 “속 시끄럽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필자는 아토피와 건선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한의원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의원은 피부인 겉의 문제를 가진 환자로 온종일 북적인다. 하지만 겉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 환자들은 겉의 문제 이상으로 속의 불편을 호소한다.

속이 불편한건, 정확히 어디가 불편한 것일까?

어떤 문제든, 결국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환자들은 단순히 그 증상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근원적 이유까지 해결해야 진정한 ‘치료’이자 ‘치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속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장운동과 배변 활동을 포함한 위장관, 즉 소화기의 상태이다. 둘째는 뇌신경계를 포함한 마음, 즉 ‘기분’을 의미한다.

[피부와 내장의 관계]

그런데 이 글을 읽던 독자중 일부는 이러한 ‘피부’를 논하던 도중 갑자기 내장을 다루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겉에 자리잡은 반면 위장관과 뇌는 인체의 가장 속에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겉과 속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피부란 무엇인가? 피부는 어디까지 연결되는가? 그렇다면 과연 난치성 피부질환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무척이나 어려운 주제를 이번 기고한 글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인체를 유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한의학에는 비주기육(脾主肌肉)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비주기육은 위장관이 피부와 근육율 주관한다(The gut controls skin and muscle)는 의미이다. 그리고 피부(皮膚)라는 한자를 살펴보면 ‘부(膚)’자에 위장을 뜻하는 위(胃)가 포함되어 있다.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수천 년 전에 이미 피부와 위장관의 관계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동서양 의학의 일치된 관점]

그렇다면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한의학과 그 의견을 같이 한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도 이에 관한 연구가 수십 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발표된 논문도 무척 다양하다.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으로 대표되는 이론으로, 위장관과 뇌신경계 그리고 피부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의 마이클 거숀 교수는 저서를 통해서 위장관을 제2의 뇌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피부과학자인 덴다 미쓰히로도 그의 저서에서 피부를 제3의 뇌로 설명했다. 이러한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 이론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관련 서적들이 매년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체로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같은 대상인 몸을 놓고도 서로 다른 관점과 언어로 해석한다. 동일한 대상인 몸에 대해서 두 의학은 상이하게 접근하며 때로는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부라는 분야에서는 비교적 비슷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피부병은 피부만의 병이 아니다]

전체적인 연결성을 강조하는 한의학은 폐를 비롯한 호흡기까지 피부와 적극적으로 연결한다. 폐주피모(肺主皮毛)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폐는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The lung controls skin and hair)는 뜻이다. 임상에서 아토피를 비롯한 만성적인 피부질환 환자들은 비염을 비롯한 천식 혹은 기관지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폐주피모라는 이론이 실제로 피부 환자들에게서 흔하게 발견되는 사실적인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피부병은 피부만의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피부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의 관점에서, 무엇보다 식습관과 수면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지난번 기고에서 식이요법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었는데 궁금하신 독자들은 한번 살펴보시길 권해드린다.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다양한 색과 다양한 맛의 음식 섭취가 핵심이다. 특히 한식과 채식을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트레스도 빠질 수 없는 원인]

그리고 입으로 먹는 음식 못지않게 마음으로 먹는 것이 피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마음으로 먹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 관계에서도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스트레스가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 실험을 통해서 이미 규명되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한 쥐의 피부는 경피수분손실도가 증가하고 수분함유량은 감소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되어 피부가 벗겨지고 미세한 주름이 나타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동물 실험을 인간의 피부에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연관성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스트레스는 피부뿐만 아니라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한다. 즉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서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고, 피지 분비에도 변화가 생겨 다양한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시험과 미팅을 앞두고 피부가 소위 뒤집히는 현상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이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 취미, 운동, 명상, 요가 등 자신에게 즐거운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즐겁고 재미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발견해서 꾸준히 일상에서 지속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잠을 잘 자야 몸도 피부도 잘 돌아가]

다음으로 수면에 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잠을 자는 것은 몸이 쉬는 것이다. 그 어떠한 생명체든 잘 쉬어야 필요할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잠을 잘 자야 몸도 피부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수면 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아이들의 성장뿐 아니라 피부 세포의 재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밤 10시부터 12시를 전후로 호르몬 분비가 가장 왕성하다. 이 시기가 바로 피부 재생의 ‘골든 타임’이므로 수면습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맵고 단 음식을 먹게 돼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고 가려움증이 심해지며 피부가 뒤집힌다. 이러한 피부 악순환의 알고리즘은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의 관점에서 보자면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는 패턴이다.

피부질환의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한 피부 관리만이 아니라,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꾸준히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개선하며 스트레스를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