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퍼트리겠다",日 분비물 테러 다발
"코로나 퍼트리겠다",日 분비물 테러 다발
  • 최유진 일본 도쿄 특파원
  • 기사입력 2020.06.16 14:37
  • 최종수정 2020.06.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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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역에서 "나 코로나다"라며 기침과 가래 등 분비물 테러 다발적으로 일어나
범죄심리학자 "비뚤어진 과시욕구"

[헬스컨슈머]“나 코로나야!” 일본에서 코로나 감염자라며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다 체포되는 황당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사진제공: 일본 '이키나리토호쿠상' 공식 아메바 채널
일본 아이돌이 팬사인회에서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원격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일본 '이키나리토호쿠상' 공식 아메바 채널

[분비물 테러 빈도 높아져]

3월 이후, 아이치현(愛知県) 경찰서는 위협에 의한 업무방해 및 협박 등의 혐의로 7명을 체포하고, 이중 1명을 기소했다. 체포되거나 검찰에 송치된 7명은 모두 남성으로, 연령대는 대부분 40대~70대 사이로 전해졌다. 위와 같은 사건은 마쓰에시(시마네현)나 우쓰노미야시(도치기현) 등, 일본 각지에서 다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나고야시(아이치현)에 거주중인 한 남성(54)이 길거리에서 “코로나를 뿌려주겠다”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입으로 바람을 불고 다니다가 협박죄로 체포되었다. 같은 날, 거주지 불명의 한 남성(63)도 아이치현의 한 공공시설에서 “나는 코로나야”라고 말하며 직원에게 침을 뱉어, 위협 및 업무방해죄로 체포된 뒤, 폭력죄로 기소되었다. 아이치현 경찰 간부는 “이러한 시기에는, 한마디 장난이라도 그 죄질이 심히 나쁘다. 체포 및 발표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일본 경찰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또 한가지 이유는 3월 가마고리시(아이치현)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휴교 조치가 내려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같은 달 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를 요청 받은 한 남성(57)이 시내의 주점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 남성은 집을 나서기 전 가족들에게 “코로나를 퍼트리겠다”라는 발언을 했고, 실제로 그가 방문한 주점의 점원이 감염되었다.

해당 주점은 이 사건의 영향으로 1개월 가까이 영업을 중지했고, 많은 점원들이 일을 그만 두었으며 당시 주점을 방문했던 다른 고객들도 강제로 자가격리 처분을 받았다. 해당 주점의 주인인 안다(45)씨는 현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약 600만엔(한화 약 6600만원)을 손해봤다고 밝혔다.

이 주점 이외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던 가전제품 판매처, 마사지 숍, 공공시설 등은 모두 울며 겨자먹기로 방역 조치를 위한 영업정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 통제중인 일본 경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현장 통제중인 일본 경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도대체 왜? 정신분석가까지 나서]

통계적으로 아이치현 내에서 유독 이러한 사건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 일부 일본인들은 '현민성(県民性)'과 관련이 있다며 지역 차별주의적 감정을 내비쳤다. 일본 SNS상에서는 아이치현 주민들에 대해 “원래 신중하지 못한 농담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오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 중 중장년층이 유독 많다는 것이다. 도쿄미래대학교 범죄심리학과 데구치 교수는 “삐뚤어진 자기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국민이 불안한 틈을 타 코로나를 과시함으로서, 타인에게 공포심을 주고, 그것을 자신의 존재를 인식 시키는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것” 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그는 “중장년층은 사회적인 인정과 평가를 가장 필요로 하는 나이대로서, 이가 충족되지 못해 사회에 대해 쌓였던 증오를 나타내는 범행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