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고기를 먹으면 암? 헛소리!
탄 고기를 먹으면 암? 헛소리!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6.16 17:46
  • 최종수정 2020.06.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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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를 먹을 때 탄부분을 잘라본 당신을 위해

[헬스컨슈머]집에서 또는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실수로 탄 귀퉁이를 잘라내는 경험은 드물지 않을 것이다. ‘까맣게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라는 ‘상식’ 때문이다. 사실 이 속설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탄 고기가 암을 유발할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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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고기 먹어도 암에 안 걸린다]

유감스럽게도 그 속설은 틀렸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믿었다면, 지금껏 아까운 고기들을 버려왔던 셈이다.

이 가짜 상식은 사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펴낸 출판물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여기서는 탄 고기와 암 발생률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사람이 아닌 쥐에게 진행한 동물실험이며, 그 양도 탄 고기를 좀 먹는 것의 수백배에 이를 정도의 고용량/고농축 물질이였다. 이를 일상 생활 속의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가 매 끼니마다 탄 고기 100인분을 먹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위와 같은 실험의 결론이 인간에게도 성립되는지 확실하게 알려면 까다로운 검증이 필요하다. 먼저 인간 중에서 무작위로 대상자를 선별해, 통제된 조건 하에 자료를 수집하고 같은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연구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암과 탄 고기의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는 논문이 존재할 뿐이니, 이는 편견이자 잘못된 상식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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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우리는 다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역사가 기록되기 전, 수만년동안 존재했던 수렵 시대의 조상들은 우리보다 훨씬 자주 고기를 태워먹었을 것이다. 그 시절엔 불과 직접 닿지 않게 할 프라이팬도, 화력을 조절할 레버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암과 합병증으로 멸종하는 대신, 전혀 문제없이 번성했다. 심지어 이들은 고기를 태워먹기 십상인 바베큐라는 요리법을 후대에게 물려주기까지 했다.

지금보다야 의학적 지식이 비교도 안 되게 부족하지만, 수만년을 거듭하다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소화가 안되는 풀을 먹지 않고, 독이 없어도 맛없는 열매를 따먹지 않는 등의 지혜는 실패를 거듭하며 걸러진 선택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분명 구운 고기에 포함된 아크릴아마이드 등의 일부 성분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앞서 언급한 쥐의 동물실험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성분은 동물의 종에 따라 유해할수도, 무해할수도 있다. 실제로 코브라의 독은 사람에게 매우 위험하지만, 벌꿀오소리에게는 약간의 마취 효과 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자연 상태에서는 탄 고기를 먹을 일이 극히 드문 쥐와, 수만년간 구운 고기를 먹어온 인간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암에 걸릴 만큼 먹으려면? 배 터진다]

또한 세계 보건기구가 안전하다고 권장한 토스트, 자두 주스, 시리얼, 커피, 코코아, 쿠키 등의 다른 식품들 중에도 얼마든지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다.

이것을 위험한 양만큼 먹고 암에 걸려 죽을 것을 걱정하느니, 그 전에 배가 터져 죽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사람들이 흔히 ‘건강에 좋다’라고 극찬하는 채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채소를 조리하는 과정에서는 고농도의 벤조피렌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 역시도 발암물질이다. 생명과 에너지의 근본 성분 중 하나인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모든 식품은,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과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를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예방하려면, 결국 모든 음식을 생으로 먹어야 한다. 물론 모든 음식을 생으로 먹는 것은 이미 우리 조상들에 의해 ‘생존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도태된 방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음식을 불로 익혀먹는 것은 음식의 소화흡수율을 크게 높여주고, 보관 기간을 늘리며, 병균의 감염 위험을 낮춰주는 등 인류에게 긍정적인 조리법이란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그것도 수만년의 시간을 통해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고기를 좀 태우더라도 괜찮다. 차라리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해로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