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유리병 때문에 보급 못할수도
코로나 백신, 유리병 때문에 보급 못할수도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6.26 16:15
  • 최종수정 2020.06.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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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과학과 백신의 시대가 열린 이래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면 전 세계가 이렇게 단기간에 합심하여 단 한가지 질병을 겨냥한 백신에 국가차원의 힘을 쏟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앞으로 수천만명이 더 전염되고서야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것이다’, ‘인류는 영원히 코로나와 함께해야 할 것이다’ 등 갖가지 무서운 예측들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아주 조그맣고 사소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아직 사람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소한 문제가 인류의 백신 보급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백신의 대량 생산과 보급을 막는 이 문제는, 겨우 손가락만한 ‘유리약병’이다.

요즘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그것도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는 현대에 겨우 유리병이 부족한 것이 전 지구적 문제라면 의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용 주사약병은 일반적인 유리병과는 달리, 내용물인 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고도의 청결함과 밀폐 능력이 핵심이다. 실제로 일부 저품질의 의료용 주사약병이 의도치 않은 의료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그다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세계 전염병예방학회, 국제제약기업연합 등의 관련 국제기관들도 “현재 전세계의 유리약병 생산량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공급을 위한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꾸준히 후원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140억개의 백신’이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지금껏 빌 게이츠 전 회장과 그 후원을 받는 연구진들이 코로나 사태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뢰성이 높은 수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사진제공: 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사진제공: 빌 게이츠 유튜브 채널

독일의 쇼트(Schott)그룹이나 프랑스의 SGD제약 등 국제 메이저 의료용 유리제품 생산기업은 해당 사안에 대해 “매우 중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공급 자체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면서도, 동시에 “이를 위해서는 상업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타 제품군을 포기하고 생산라인을 의료용 유리병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이것을 또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면역학회가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용 유리병 연간 생산 능력이 최대 80억병에 달한다. 학회측은 중국의 의료용품 업체들이 국제 인증을 받는다면, 세계 의료용 유리병 수요를 채우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