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패스트푸드) 47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패스트푸드) 47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6.30 09:54
  • 최종수정 2020.06.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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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역사가 짧은 미국. 하지만 초강대국답게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미국이 만든 세계적인 음식이 있으니, 바로 패스트푸드이다.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빨리 먹고 가야할 급한 사람들을 위해 빠르게 만들어진 음식이다. 필자가 뉴욕에서 근무할 때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무실 근처 델리나 카페에서 간단한 토스트나 햄버거와 커피를 사서 누런 봉지에 담아들고 출근한다. 이는 식사시간을 줄여 업무에 헌신하려는 뜻도 있지만 그 보다는 뉴욕의 음식 값이 비싸 관리자급이 아니면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성업 중인 패스트푸드는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인 햄버거 체인과 햄버거 겸 치킨 프랜차이즈인 KFC, 파파이스, 그리고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다. 또한 타코를 파는 멕시칸 패스트푸드나 피자전문점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인 김밥과 떡볶이, 순대 심지어 국수와 국밥도 빨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패스트푸드로 분류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10대 패스트푸드 브랜드 가치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 맥도날드: 1,304억 달러, 2. 스타벅스: 459억 달러, 3. KFC: 172억 달러, 4. 서브웨이:171억 달러, 5. 도미노피자: 96억 달러, 6. 피자헛: 76억 달러, 7. 버거킹: 71억 달러, 8. 팀홀튼: 67억 달러, 9. 치폴레: 62억 달러, 10. 타코벨: 52억 달러. 혹시 눈치챘는가? 세계 10대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 8위 캐나다의 팀홀튼(Tim Hortons)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 브랜드다. 역시 패스트푸드의 본산답다.

[모두가 아는 비만의 주범]

패스트푸드는 고칼로리로 인해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1950년대 패스트푸드 범람 이후 미국인의 비만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새는 맥도널드도 식물성 패티 햄버거 등을 출시하여 나름 건강식에 신경 쓰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인들이 건강식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서브웨이 매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맥도널드 매장 수를 추월하였다. 참고로 미국 내 매장이 가장 많은 프렌차이즈는 서브웨이로 약 25000개이고 그 다음이 스타벅스 15000개, 3위가 맥도널드로 14000개이며 4위가 타코벨 5000개이다.

가장 전형적인 패스트푸드, 햄버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전형적인 패스트푸드, 햄버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인의 색다른 특식, 맥시코 음식]

햄버거 같은 미국식 패스트푸드가 가장 전형적인 패스트푸드라면, 멕시칸 패스트푸드는 그에 못지 않게 사랑받는 별미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음식을 파는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타코벨은 현재 미국 내에 5,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으며, 미국화된 멕시코 요리 부리또(Burrito), 타코(Taco), 퀘사디아(Quesadilla)를 주로 팔고 있다. 여기서 굳이 미국화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이러한 브랜드의 음식보다 멕시코의 오리지날 음식이 향신료가 더 많이 들어가 훨씬 맵고 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뉴욕 등 대도시에서 한 끼 식사를 할 경우 1인당 20~30달러는 쉽게 나오는 편인데 타코벨의 경우 1인당 10달러 초반으로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더구나 미국 전역에 5000개의 매장이 있어 비교적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 10대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 9위, 10위가 모두 멕시코음식 체인이다. 특히 치폴레는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로 브랜드 가치가 전년대비 40%나 증가했다. 치폴레는 1993년에 설립한 미국의 멕시코음식 전문점 체인으로, 타코벨과 마찬가지로 주로 멕시코 음식 스타일의 패스트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타코벨과의 차별화를 위해, 스스로 재료를 골라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케밥,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인이 좋아하는 터키 음식, 케밥]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케밥’을 고기와 야채, 소스를 얇은 빵에 끼운 타코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조금 다른데, 케밥은 여기서 그런 고기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케밥은 터키어로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사막을 누비던 유목민들이 쉽고 간단하게 육류를 요리해 먹던 것이 발전한 것이다. 물론 햄버거가 그렇듯, 워낙에 다양한 속설과 기원이 제기되어 정확히 어느 지역의 어떤 민족이 만들어냈는지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밥 하면 터키를 떠올리기는 한다.

케밥은 주로 양고기를 사용하지만 쇠고기와 닭고기를 쓰기도 하며, 빵과 곁들여 한 끼 식사로 애용된다. 케밥의 종류는 지방마다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고기를 겹겹이 쌓아올려 빙빙 돌려 불에 굽는 되네르 케밥, 진흙 통구이인 쿠유 케밥, 쇠꼬챙이에 끼워 구운 시시 케밥 등이 있다. 지금은 어느 나라에나 케밥 가게가 있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가 되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국적인 맛, 이슬람음식]

1990년대 무슬림 청년 3명이 맨해튼의 53번가에서 작은 푸드 카트 하나로 시작해 뉴욕 길거리 음식의 상징이 된 이슬람 음식 ‘할랄 가이즈’. 규모는 작아도 맛과 가격은 훌륭했던 터에 무슬림 택시 기사들이 많았던 뉴욕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대박을 치게 된다. 이후 할랄 가이즈 푸드 카트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무슬림은 물론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할랄’은 원래 이슬람 율법 상 허용된 재료로만 만든, 이슬람 종교적으로 정결한 음식이다. 주 메뉴는 케밥식 덮밥으로, 주로 닭고기, 양고기로 요리되며 빵과 소스를 얹어 함께 먹는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푸짐한 요리, 그리고 이국적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각종 소스가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랄 가이즈를 먹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지는 진풍경을 보여주며, 뉴요커들이 뉴욕 한복판 대로변에 앉아 할랄 가이즈를 먹는 모습이 이제는 흔한 풍경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할랄 가이즈 매장이 있다. 해외여행이 힘든 이 시국에 이국의 맛을 보고싶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뉴욕에는 우리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푸드 트럭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음식도 이처럼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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